49일만에 통화한 바이든·네타냐후, 보복 계획 공유 '실패'

이란 대응 논의했지만 합의에 대한 언급 빠져
국방장관 미국행 막고 바이든과도 공유 안 해
“독자적 군사행동에 美좌절감”…갈등 깊어져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가 9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이란에 대한 보복을 앞두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대화에 나섰지만 보복 계획을 공유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측의 강한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세력과의 전쟁을 강행하는 등 독자적인 행동을 이어가면서 양국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이 통화한 것은 8월 이후 49일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리들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거듭 허를 찔린 데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막으려 애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앞으로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하면서도 이란 보복 계획에 대해 양국 정상이 합의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이스라엘이 극비리에 추진 중인 이란에 대한 보복 방법과 시기를 미국과 공유하기를 꺼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미국과 사전 공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했다.


미국은 당초 이날 예정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계획이 공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반대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미국 방문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갈란트 장관은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해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며 “이란은 결과를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통화 직후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를 두고 WSJ는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와 방식이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이달 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갈란트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핵 시설이나 석유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강력 경고했다. 미국의 이 같은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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