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를 중심으로 한 세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 들어 8월까지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84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8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국세수입은 232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조 4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수입이 16조 8000억 원 줄어든 탓이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세 수입이 7조 1000억 원 늘었지만 법인세수 감소 폭을 메우지 못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세외수입(1조 3000억 원)과 기금수입(10조 4000억 원)이 늘어 누적 총수입(396조 7000억 원)은 2조 3000억 원 개선됐다.
올 들어 8월까지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조 3000억 원 늘어난 447조 원이었다. 이에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4조 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앙정부 채무는 8월 말 현재 1167조 3000억 원이었다.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정부가 세웠던 목표치인 116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께 17조~18조 원의 국채를 만기 상환할 예정”이라며 “연말이 되면 중앙정부 채무는 당초 계획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나라 살림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좋은 수출 흐름이 내수로 파급되기를 기대했으나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서 유가 상승 및 물류 차질 우려가 생기는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