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직면했던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까지는 실적 부진을 이어가지만 수년 후 공급할 일감을 새로 받아 업황 회복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 이후 수요 회복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발주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를 상대로 2028년부터 10년 간 총 50.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따냈다고 공시했다. 수조원대 대규모 계약으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는 46시리즈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6시리즈는 기존의 표준적인 원통형 배터리인 2170(지름 21㎜·길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가 처음으로 전기차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로 벤츠와 같은 유럽 완성차 업계에도 차세대 배터리로 46시리즈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2025년 241GWh에서 2030년 705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배터리 소재 업계는 내년부터 46시리즈 배터리용 소재에 대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엘앤에프(066970)는 니켈 95% 함량의 양극재를 46시리즈용 제품으로 개발해왔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이 기존 제품에도 엘앤에프와 LG화학(051910)의 소재를 사용한 것처럼 벤츠에 납품할 46시리즈 배터리에도 두 회사의 고성능 양극재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에코프로(086520) 또한 미래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공개하는 ‘2024 에코프렌들리데이(ECO-Friendly Day)’를 다음달 8일 개최한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기존 소재 제품 외에 나트륨 등 리튬의 대안이 되는 원자재에 기반한 양극재도 개발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까지는 배터리 소재 업계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면서도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수 있는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수년 후 매출을 크게 늘릴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