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영예

스웨덴 한림원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발표
2000년 평화상 수상 김대중 전 대통령 이어 24년 만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뉴스1

202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53)에게 돌아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에서는 최초의 한국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한강은 앞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소설 ‘몽고반점’으로 2005년 이상문학상을 받았을 때 쓴 ‘문학적 자서전’ 등에 따르면 한강을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장티푸스에 걸려 끼니마다 약을 한 움큼씩 먹었고, 한강은 하마터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한강은 이를 두고 “나에게 삶이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 세계는 아슬아슬한 신기루처럼, 혹은 얇은 막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떠오른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었다”고 했다.


한강의 가족은 문학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소설가 한승원씨다. 오빠 한동림씨 역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동생 한강인씨는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린다. 남편도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한강은 시로 등단하며 문학계에 발을 들였다. 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됐다. 이후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흰’,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냈다.


폭력과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강렬한 문제의식을 아름다운 문장과 긴밀한 서사 구성, 풍부한 상징으로 극한까지 밀어붙인다는 평을 받았다. ‘바람이 분다, 가라’로 동리문학상(2010년), ‘소년이 온다’로 만해문학상(2014년),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으로 황순원문학상(2015년)을 받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