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4개월 전 그가 호암상 예술상을 받은 사실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앞서 5월 31일 열린 제 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예술상을 수상했다. 소설가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호암상은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제정했다. 과학상·공학상·의학상·예술상·사회봉사상으로 시상하며 각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을 수여한다. 이재용 회장이 회장 취임 후 매년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직접 격려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행사다.
시상 당시 호암재단은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슬픔,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들을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독특한 작법으로 처리했다고 평했다. 또한 한강이 미적 승화의 수준까지 끌어낸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라고 덧붙였다. 이는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할 때 한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한림원은 한강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 작가는 호암상 시상식에서 "글을 쓰는 사람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다"며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론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걸어가는 과정이 고립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 주는 실"이라며 "아무리 내면적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해도 언어를 사용하는 한 그 사람은 세계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30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게 때론 신기하게 느껴진다"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 우회해 계속 걸어가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