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서점에 특설 코너를 설치하는 등 수상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노벨문학상에 한국 작가 한강, 아시아 출신 여성 최초’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했다. 방송은 “많은 작품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라고 한강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의 한 서점에는 한강의 작품으로 구성된 특설 코너가 설치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도쿄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에서는 내점객들이 수상자 발표를 서점에서 실시간으로 지봤다고 한다. 이어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서점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수상자 발표를 지켜보던 한 30대 남성은 NHK에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수상은 없었기 때문에 놀랐다. 한 권 읽고 싶다”고 전했다. 한강의 팬이라는 50대 여성도 “한강의 작품이나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수상을 기뻐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기노쿠니야 서점 본점의 요시노 유우지 부점장은 “아시아 여성 작가가 국제적으로 평가돼 매우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 소식과 함께 매장에서는 ‘축!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한강의 특설 부스를 설치했다.
일본의 문학 전문가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찬사를 보냈다. 도코 코지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는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영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의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해 이번 결과는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문학상을 처음 수상한 게 돼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근현대문학을 전공한 천리대학 국제학부 교수 구마토 쓰토무도 NHK에 “그녀의 문장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시인 같은 요소가 있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매우 부드럽게 표현한다”며 “젊은 작가라는 인상이 있어 이번 수상에 놀랐지만, 열매를 맺은 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채식주의자’를 일본어로 번역한 번역가 기무 후나는 아사히신문에 “노벨문학상을 언젠가 수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나이가 젊어 아직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결과에 놀랐다”며 “한강은 맨부커상을 수상하고도 신중하고, 진중하며 이전과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한편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30대 남성은 산케이신문에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인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유감”이라며 “또 내년을 기다려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