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경형 전기차' 승부수…인스터, 유럽시장 출격

■영국법인 신차 출시 예고
디지털기술 강조 중국과 차별화
경기침체로 소형차 선호도 늘자
정의선, 체코 찾아 성장동력 점검
기아도 EV3 하반기 유럽行 준비


현대자동차가 경차의 격전지인 유럽 시장에서 최초로 경형 전기차(EV)를 선보인다.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정면 돌파를 시도하면서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영국법인은 최근 인스터의 가격과 주요 제원을 공개하며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 인스터는 국내시장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이라는 이름으로 8월 출시된 현대차 최초의 경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겨냥한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인스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 영국법인은 소형 전기차 인스터를 ‘첨단기술을 적용한 도시형 전기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형 전기차이지만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라는 뜻이다. 유럽 경쟁사들은 물론 저가형 중국산 전기차와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이 판매 포인트다.


인스터는 최대 49㎾h(킬로와트시)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만으로 229마일(약 369㎞)까지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발휘한다. 전후방 초음파 센서를 활용한 주차 거리 경고(PDW), 차선 유지 보조(LKA),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PCA-R) 등 신기술로 중무장해 운전자의 편리한 주행을 지원한다.


현대차가 인스터를 출시하게 되면 유럽에서 경형·소형·중형에 이르는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현재 판매 중인 코나 전기차(소형)와 아이오닉5·6(중형)에 더해 인스터를 새로 추가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특히 업계에서는 인스터가 유럽 땅을 밟는 시기가 절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경기 침체를 겪을 때마다 소형 차들의 판매가 늘어나며 시장이 재편되곤 했다. 중동전쟁과 오일쇼크 여파가 덮친 1970년대가 대표적인 예다. 고배기량 차들의 판매량이 추락했고 르노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결합한 해치백 ‘르노5’를 내놓자 판매량이 급증했다. 폭스바겐도 발 빠르게 소형 해치백 골프를 시장에 출시해 현재의 글로벌 자동차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국의 콤팩트카 미니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유럽 시장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가 뒷걸음질 칠 정도로 경기가 악화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변화의 시기에 소형에 이어 경형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경형 SUV인 인스터는 소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경기 부진까지 겪고 있는 유럽 소비자들의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영국법인은 “인스터는 A세그먼트(경차)와 B세그먼트(소형) 사이에 있는 모델로 좁은 거리를 주행하고 협소한 주차 공간에 들어가기에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국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해 유럽 본토까지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영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영국 시장 판매량은 10만 7326대로 10.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기차 1만 7530대,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3만 5639대 등 5만 3169대로 전체의 절반(49.5%)을 차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유럽 내 유일한 전기차 생산 거점인 체코 공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했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공백을 보완하고 현지 생산 전기차를 산업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 투입한다. 기아도 소형 전기차 EV3를 올 하반기 해외 최초로 유럽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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