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화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습니다.”
최근 만난 제과점업을 운영하는 한 대기업 임원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약을 5년 연장하기로 하며 일부 규제를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였다.
지난달 동반위는 대기업 제과점업의 출점 거리 제한을 기존 500m에서 400m로 줄이고 신규 출점 가능 점포 수를 전년 점포 수 대비 2%에서 5%로 확대했다. 규제 대상에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빵연구소를 새롭게 편입했다.
문제는 베이커리 카페 등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 협약이 오히려 대기업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생 협약이 도입되기 전인 2013년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을 당시에는 대기업 자본이 제과점업을 할 경우 규제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신 상생 협약으로 전환되면서 뚜렷한 기준 없이 대기업 9곳을 지정해 협약에 참여시켰다. 편의점·카페 등 다른 업종에서도 빵을 판매하게 됐지만 어디까지가 상생 협약 대상인지 모호한 상황이다.
이번에 상생 협약에도 홈플러스는 매각 등의 이슈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대신 더본코리아의 빽다방빵연구소가 새롭게 포함됐다. 하지만 빽다방빵연구소는 전국에 8개뿐이어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커피와 빵을 판매하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전국에 1600여 곳이 있지만 협약에서 제외됐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베이커리 카페에 대한 규제도 모호하다. 국내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10년 새 4배 이상 늘었다. 베이커리 카페는 사업자가 영업을 신고할 때 선택하거나 빵 매출액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해당 관할청에서 등록을 권고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선택 사항이라 사업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일반 카페로 등록하면 규제를 받지 않는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등 대기업 제과 업체들이 출점 규제를 받는 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다른 사업자들이 덩치를 키우며 소상공인 제과업자들을 위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변화한 만큼 규제 역시 상황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을 옭아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