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폭행 더 늘었다…‘팬덤정치’에 혼탁해진 선거판

■대검, 22대 총선 사범 분석
4월 총선 과정 3101명 입건돼 1019명 기소
정치 양극화 심화에 76% 고소·고발로 입건
허위사실유포 전체 입건의 36%로 가장 높아
폭력·협박 범죄 364명…12년새 4.7배 급증
투표소 카메라 설치 등 신종 범죄까지 등장
"이대론 차기 선거에서도 범죄 더 늘듯"

전국 사전투표소 및 개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남성 유튜버 A 씨가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치 양극화 심화에 선거판이 멍들고 있다. 판치는 가짜뉴스와 폭행, 경쟁 후보자 간 고소·고발이 점철되면서 22대 총선에서도 3000명 이상이 입건됐다. 후보자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른바 ‘팬덤 정치’의 영향으로 선거범죄가 강력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검찰청이 10일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사범 수사결과’에 따르면 공소시효 만료일인 이날까지 전체 입건 인원 3101명(구속 13명) 가운데 1019명이 기소됐다. 21대 총선과 비교해 기소 인원(1154명)은 11.7% 감소했으며 기소율도 32.9%로 지난 21대(40.2%)에 비해 7.3%포인트 줄었다.


반면 입건 인원은 3000명대로 늘어났다. 21대 총선(2874명)에서는 20대 총선(3176명)과 비교해 입건 인원이 소폭 감소했지만 22대 총선에서 다시 3101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 간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상대 진영을 공격하거나 견제하기 위해 무분별한 선관위 신고, 고소·고발이 빗발치고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정치적으로 다퉈도 뒤에서는 손을 잡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문화가 사라지면서 적대적 관계가 심화됐다”며 “서로가 이해하는 공통적인 공간이 사라지면서 적과 아의 구별이 명확해져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22대 총선에서 전체 입건자의 76.6%인 2374명이 신고 및 고소·고발로 입건됐다. 반면 검찰에서 직접 인지해 수사를 개시한 인원은 제21대(168명)에 비해 급감한 43명에 그쳤다.


유형별로는 허위사실유포 및 흑색선전에 따른 입건 비율(35.7%)이 가장 높았다. 팬덤 정치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유튜브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지지자와 구독자 확보를 위한 가짜뉴스 생성 및 유포 행위가 증가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팬덤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적 양극화는 선거 과정에서 폭력·협박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 정당 후보자를 혐오하는 성향을 그대로 표출하면서 선거운동을 방해하거나 해를 가하는 사례가 빈번해 진 것이다. 22대 총선에서 선거폭력 및 방해로 입건된 인원은 364명으로 지난 19대(77명) 총선과 비교해 4.7배나 급증했다.


올 1월에는 60대 남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등산용 칼을 휘둘러 살해를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대학생이 칼을 휘두르며 명함을 배포 중인 선거사무장을 위협해 불구속 입건됐다.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흑색선전과 폭력이 난무하면서 신종 범죄도 등장했다. 특정 후보 및 정당을 지나치게 지지해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까지 확산되면서 선거 관리 감시 명목으로 사전투표소 내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실제 올 4월 유튜버를 포함한 일당은 전국 투·개표소 등 40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이달 1일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재 한국 정치는 내전 상태로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구조기 때문에 약점만 보이면 무조건 공격한다”며 “내전 상태가 가장 격화될 때가 선거인데 여야 간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선거사범 증가는 4년 뒤에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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