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자기보관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 [권단 변호사의 알기 쉬운 ‘코인 法’]

권단 DKL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와 규제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를 비롯한 여러 주는 블록체인 기본법(Blockchain Basics Act)을 통해 개인이 비트코인을 자유롭게 소유하고,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비트코인 자기보관권리(Bitcoin Self-Custody Rights)를 보장하는 등 국민의 금융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와 대비해 한국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담고 있지만, 특정금융정보법과 트래블룰(Travel Rule)의 적용이 강화됨에 따라 비트코인의 자유로운 입출금과 자기보관권리 행사가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국민들의 금융주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기본권 차원에서 어떤 개선이 필요할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비트코인 자기보관권리와 금융주권: 왜 중요한가?


비트코인과 같은 탈(脫)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은 기존의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과는 달리, 개인이 제3자 기관의 개입 없이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를 지닙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개인의 금융주권을 강화하고 디지털자산에 대하여 개인이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에서 블록체인 기본법을 통해 비트코인의 자기보관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서 헌법적 가치이자 기본권인 개인의 금융 프라이버시와 재산권 보호를 법률적으로 철저하게 보장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금융기관의 관여 없이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자유롭게 거래하여 자산에 대한 개인의 통제권을 완전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난 8월 1일자로 발효된 루이지애나주 법안(HB 488)은 어떠한 관리 기관도 개인이나 기업이 셀프 호스팅 지갑이나 하드웨어 지갑을 사용해 디지털자산을 자체 보관하고 합법적인 상품에 대한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금지, 제한 또는 기타 방법으로 손상 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이 디지털자산의 자기보관권리를 명시한 이유는 개인의 자산 주권과 금융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고, 거래소 해킹이나 파산 등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제3자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한국 역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용자의 자산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출금 제한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권리가 보호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입출금 권리 보장과 가상자산의 자기보관권리 보장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과 금융당국의 트래블룰을 적용함에 있어 유독 비트코인의 경우에만 개인지갑 등록을 통한 100만원 이상의 출금을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등 다른 코인들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메타마스크 등 비수탁형 개인지갑의 서명 등 인증 절차를 거쳐 100만원 이상도 개인지갑으로의 입출금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애초 비트코인 개인지갑을 등록하는 절차나 과정조차 없어, 100만원 이상의 비트코인 출금을 위해서는 바이낸스 등 해외가상자산거래소로 출금을 한 후 해당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다시 비트코인 개인지갑으로 출금해야 하는 복잡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이러한 한국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비트코인에 대한 개인지갑 등록 불가능 상황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해명된 적은 없지만, 이더리움, 솔라나, 코스모스, 카이아 등 다른 코인들에 대한 개인지갑의 등록이 서명 절차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비트코인 개인지갑의 자기 소유 인증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기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비트코인의 개인지갑 출금을 위하여 해외가상자산거래소로의 출금 절차를 간접적으로 강제하게 하는 현재의 한국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입출금 시스템은 국제적인 투자 자산이자 전략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상자산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의 해외가상자산거래소 송금 강제를 통한 국부 유출을 조장하는 행위로서 국가의 주요 자산 관리 측면에서 큰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로 하여금 해외가상자산거래소의 출금 수수료를 불필요하게 부담하게 하는 권리남용 행위입니다.


한국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위와 같은 시스템은 이용자의 비트코인의 개인지갑으로의 입출금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 제17조 각 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도 없이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필요한 지점으로 보입니다.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해외가상자산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출금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용자의 비트코인 출금 권한을 실질적으로 제한, 손상하는 조치라고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비트코인은 전세계적으로 금과 유사하거나 금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 보유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세금으로 비트코인을 보유, 축적하는 것은 여론 및 재정정책적 한계가 있고 보관 관리의 중앙집중화로 인한 보안 위험을 고려하면, 전 국민이 분산하여 스스로 자기 판단 하에 자기보관관리 하도록 하는 것을 장려할 정책적인 필요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한국의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비트코인의 개인지갑 출금 제한 상황은 국가적으로나 국민 개개인적으로나 향후 큰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과 트래블룰: 금융범죄 예방과 국민 기본권 보호 사이의 균형


특정금융정보법과 트래블룰의 적용은 불법적인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 금융 범죄를 예방하려는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익명성을 가질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규제를 통해 자산의 출처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국가 안보와 국제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이 규제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되거나 특정한 가상자산에 대하여서만 차별적으로 강화하여 적용된다면, 개인의 금융 주권과 기본권인 재산권 행사의 본질적인 제한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은 국제적으로 투자 자산 및 전략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일한 가상자산임에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자기보관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이자 국가 전략적으로도 심각하게 잘못된 정책이나 지도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와이오밍주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의 비트코인 옹호 연설 이후인 7월 31일 발의한 ‘비트코인 전략자산법’은 미국의 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 관리 하에 비트코인 100만개를 5년간 매입, 20년간 보유해 미국의 국가 부채 상환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안됐으며 비트코인을 기존 화폐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으로 평가하고, 이를 국가가 전략적으로 보유함으로써 미국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으로 발의됐습니다. 법안에서도 개인이 비트코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기보관권리를 명확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 개개인이 비트코인을 스스로 보관할 경우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되는 비트코인을 미국이 더 안전하고 분산화된 상태로 보유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자기보관은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제3자 금융기관이나 거래소가 아닌, 개인이 직접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것은 보안 리스크를 줄이고, 거래소 해킹 및 자산 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트래블룰 규제 준수 명목으로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 중 유독 비트코인만 입출금용 개인지갑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한 현 상황은 개인이 금융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자산을 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한국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재산권은 기본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도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국민이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고 보관할 수 있는 권리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트래블룰이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비트코인의 자기보관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이 규제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가상자산거래소로 하여금 비트코인에 대하여서도 신뢰할 수 있는 비수탁형 자기보관용 지갑에 대한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거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전제로 한 이용자의 비트코인 개인지갑 주소 등록 관리 제도 도입 등이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비트코인을 더 자유롭게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합리적인 트래블룰을 적용하도록 하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상 이용자의 비트코인 입출금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의 자기보관에 필요한 개인지갑의 작동 구조, 사용 방법, 시드구문과 개인키 보안 등 디지털자산 관리 교육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고, 금융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동시에 정부가 필요할 때만 최소한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그 동안 투자 목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나 개인지갑, ETF 등을 통한 장기 보유에 중점을 둔 자산이었으나, 최근 스택스와 같은 비트코인 레이어2의 활성화, 바빌론 프로젝트와 같은 비트코인의 보안을 승계한 POS 방식 스테이킹 도입 등으로 해외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비트코인 디파이 시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트코인 기반 탈중앙화금융 서비스는 전부 셀프 호스팅 개인지갑을 통한 자기보관관리 형태로만 이용이 가능한 점에 비춰 한국 이용자들도 단순히 차익 목적의 비트코인 투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비트코인 기반 탈중앙화금융의 혜택을 받을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비트코인 자기보관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은 국민의 금융주권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국민들의 비트코인 보유 및 관리 권리가 제한받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입법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한국도 국민의 비트코인 자기보관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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