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 하고 최근에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방벽을 쌓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요새화로 한반도 위기감을 더욱 조장하는 가운데 우리 군이 도발 원점 타격을 위한 ‘킬 체인’(Kill Chain) 핵심전력인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의 실사격을 7년 만에 실시했다.
공군에 따르면 공군은 지난 10월 8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서해 상공에서 타우러스 실사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된 타우러스는 약 400㎞를 날아가 서해상 사격장 표적에 명중했다. 안전을 고려해 폭약을 제거한 비활성탄을 사용했다.
타우러스는 북한 방공망의 사거리를 벗어난 후방지역에서 발사해 적의 주요 전략목표를 즉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꼽힌다.
스텔스 기술 적용으로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는다. 덕분에 북한의 도발징후가 포착되면 적 방공망 밖에서 적 도발원점과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와 전투기의 생존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특히 군용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장착해 전파교란 상황에서도 목표물 반경 3m 이내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정식 명칭이 ‘운동에너지 관통 및 파괴’(KEPD·Kinetic Energy Penetration & Destroyer) 무기로, 두께 3m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어 북한 지하 벙커 파괴에 최적화됐다. 최대 사거리는 약 500km에 달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1163㎞로 서울 인근에서 발사하면 15분 안에 북한 전역 주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대구에 주둔하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의 주력인 F-15K에서 운용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대구에서 곧바로 발사할 경우엔 500㎞를 날아가 20분 내에 평양의 김정은 집무실을 정밀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2016년 전력화됐고 약 260발이 도입됐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직후인 2017년 9월 실사격이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이후 남북 정세 관리 차원에서 실사격이 없었다.
타우러스 실사격을 실시한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조명수 대위는 “타우러스 미사일은 한 발 한 발이 군의 고가치 자산인 만큼 사격 노하우가 축적될 수 있도록 이번 경험을 모든 F-15K 조종사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그리스어로 ‘황소’라는 의미가 담겼다. 황소처럼 크고 우람한 모습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이는 5.1m, 무게는 1400㎏에 달한다. 타우러스의 목표물 타격 오차 반경, 즉 원형공산오차(CEP·Circular Error Probability)는 3m다.
원형공산오차는 발사된 미사일이나 포탄의 낙하지점이 절반 이상 분포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의 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1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5발이 떨어지는 원을 그리고 그 반경이 5m라고 하면 CEP는 5m가 된다. 따라서 1400㎏ 무게의 타우러스가 500㎞를 날아가 목표물을 단 3m의 오차만으로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타우러스 한 발당 가격은 11억 원 수준이다. 전투기에 장착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20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전략무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탐지, 추적, 교란, 파괴하는 ‘킬 체인’의 핵심전력 중 하나로 독일이 운용하는 이 미사일은 한국 공군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했다.
적 방공망을 피할 수 있는 초저고도(30~40m)에서 음속에 가까운 마하 0.9의 속도로 비행한다. 목표물 근처에선 3000m까지 급상승해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적 목표물을 파괴한다.
무엇보다 ‘지연신관’을 활용해 다른 공중발사 무기들보다 2배 이상을 관통할 수 있어 북한의 지하벙커 파괴에 매우 효과적이다. 탄두중량이 480kg에 이르는 탄두 체계는 성형작약탄두(pre-charge)와 관통탄두(penetrator)로 구성된 이중 탄두다. 지하의 견고한 표적과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 등에 따라 탄두를 바꿔 파괴하는 미사일이다.
타우러스는 일반 GPS(인공위성항법장치) 보다 훨씬 강력한 군용 GPS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형추적 운항시스템(TRN), 적외선 영상기반 운항시스템(IBN) 등으로 구성된 ‘삼중항법장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작사인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즈(TSG) 측은 “삼중항법장치 시스템은 각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장치로 적의 재밍으로 인하여 한 시스템이 교란을 받아도 다른 시스템이 이를 대체하도록 되어있다”며 “적의 재밍을 능동적으로 회피하며 목표를 찾아갈 수 있는 첨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인 KF-21 ‘보라매’의 독침무기로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등을 장착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 전력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GBU-31 JDAM(합동직격탄) 등 GBU 계열 폭탄과 한국에서 만든 정밀유도폭탄(KGGB)과 함께 개발 기간과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수출 조건이 유리한 해외 기술을 활용해 공동 개발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군이 대북 정밀타격용으로 도입한 유럽제 타우러스의 ‘개량형 타우러스 K-2’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타우러스는 방산기업 LIG넥스원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즈가 개발중인 타우러스 K-2는 기존 타우러스에 비해 중량·길이가 가볍고 짧아 KF-21은 물론 FA-50 국산 경공격기에도 장착될 수 있다. 사거리는 최대 600㎞ 이상으로 타우러스(500㎞)보다 길어서 더욱 위력적이다.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즈도 한국형 전투기 KF-21는 물론 KF-16 전투기에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TAURUS KEPD 350K) 장착을 위한 체계통합 기술 지원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드레브스타드 대표는 한 한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타우러스 350K를 장착해 운용하는 F-15K 전투기의 임무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전투기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장착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공군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타우러스 350K를 구매해 260여발을 보유하고 있다. 미사일은 F-15K에만 장착된다.
유사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이용한 선제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의 F-15K 59기는 성능 개량이 예정돼 있다. 만약 한꺼번에 수십여대가 성능 개량에 들어간다면 공군의 원거리 타격 전력에 공백이 우려된다는 상황이다.
따라서 KF-21과 KF-16이 타우러스 350K를 운용하는 백업용 전투기 역할을 한다면 F-15K 성능 개량에 따른 원거리 타격 전력의 공백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