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죽어요?”
배우 장근석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후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작년 10월 혈액검사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돼 올해 5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장근석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족력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갑상선암을 착한 암, 가벼운 암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일수도 있고 틀린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못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은 원전사고나 자연재해 같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신규 발병률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증가해 과잉진단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10여년 전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등 의사 8명이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꾸려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 계기였다. 2009년 이후 줄곧 국내 암 발생 1위를 유지하던 갑상선암이 2015년 3위로 밀려난 건 이같은 과잉검진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과잉진단 논란 이후 갑상선암 발병 환자가 크게 줄었으나 사망률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김경진 교수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갑상선암 환자 43만4228명의 관련 사망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인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과잉진단 논란이 불거지면서 급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국내 갑상선암 발병률은 2012년 인구 10만 명당 91.9명에서 2015년 50.6명으로 반토막 났다. 공교롭게도 갑상선암 사망률은 2005년 1000명당 1.94명에서 2013년 0.76명으로 감소했으나 2018년에는 2.70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특히 갑상선 절제술을 받지 않았거나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2013년 이후 증가했으며 반절제술이나 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전 기간 동안 낮게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과잉진단 논란으로 인한 갑상선암 치료 전략 변화가 사망 등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 교수는 “2015년 이후 갑상선암 관련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것은 과잉진단 논란 이후 진단과 치료에 적용된 기준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갑상선암의 위험도를 정확히 판단해 고위험 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저위험 환자에게는 과잉치료 대신 정확한 추적관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예후가 매우 좋지만 미분화 갑상선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유형도 있다. 양극단의 특성을 갖는 갑상선암의 특성을 고려해 과잉진료와 과소진료 모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춤하던 갑상선암 발생률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68.6명이 발생해 3년 연속 암 발생 1위를 차지했다. 다만 5년 상대생존율은 100%가 넘어 여전히 ‘거북이 암’, ‘착한 암’ 등으로 불린다. 이번 연구는 외과계 국제학술지 중 최상위권인 ‘세계외과저널'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