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주들 2명 중 1명은 배터리 전액 보상 특약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는 교체에 수천만 원이 드는 부품인 데다 경미한 손상에도 전체 교환을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이에 대비하려는 전기차 차주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상위 4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에서 올 1~8월 전기차 배터리 전액 보상 특약에 든 가입자는 17만 3835명으로 전체 전기차 자동차보험 가입자 36만 6924명의 47.4%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에 든 전기차 차주 중 배터리 전액 보상에 가입한 비율은 2022년 38.8%에서 2023년 45.3%로 증가한 후 올해는 1~8월 기준 47.4%까지 올라왔다.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특약은 전기차의 배터리가 파손돼 새 배터리로 교체할 때 기존 배터리의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교체 비용을 보상한다. 전기차 신차를 사서 2년을 타다 사고가 나 2000만 원을 들여 배터리를 교환해야 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이 차주는 배터리값 2000만 원을 다 받는 게 아니라 2년 동안의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보상을 받는다. 2년의 감각상각률이 20%라고 가정하면 400만 원을 뺀 1600만 원만 받게 되는 식이다.
그러나 배터리 전액 보상 특약에 가입하면 이 400만 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차보험과 이 특약을 모두 가입하면 결과적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 전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고와 교체 비용 등에 대한 차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험 업계뿐 아니라 금융 당국도 이 특약에 대해 적극 알려나가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2일 “자기차량손해 관련 약관은 전기차 배터리 교환 시 기존 배터리의 감가상각 금액을 공제하고 보상해 해당 금액은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배터리 교체 비용 전액 보상 특약에 추가 가입해야 감가상각 금액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이 특약은 내용이 같아도 ‘배터리 교체 비용 특약’ ‘배터리 신품가액 보상 특약’ 등 보험사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므로 가입자 스스로 잘 체크하는 게 좋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를 교체하게 되면 감가상각비만 보통 수백만 원”이라면서 “금액이 워낙 커 자차보험 외에 배터리 전액 보상 특약으로 위험을 대비하려는 차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기차 자차담보 평균 수리비는 245만 원으로 내연기관차의 188만 원보다 30.2% 높았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수천만 원인 데다 전자제어장치·센서 등 전장 부품 수리비도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