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수·진보 진영이 12년 만에 사실상 단일 후보로 맞붙는다. 정책 차이도 뚜렷한 만큼, 누가 당선 되느냐에 따라 서울의 교육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관할하는 학생 수는 80만 명이 넘고, 한 해 주무르는 예산만 12조 원에 이르는 등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에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분석했다.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
학력보장 '학습진단센터' 설치
팩트체크 통해 역사 교육 강화
前 교육감 정책 혁신학교 계승
학생 인권법엔 찬성 입장 밝혀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교육 양극화 해소다. 기초학력 보장과 미래 역량 강화로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교육청과 대학 간 협업으로 '학습진단치유센터(가칭)'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0년 진보교육감 재임 기간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초학력 신장이라고 밝힌 정 후보와 달리 보장이라고 다른 표현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어 시험 없이도 학생의 학습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서울형학습나침반'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기초학력과 논·서술형 자기생각 글쓰기 등 종합 문항을 개발해 학교에서 학생의 성장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역 간·계층 간 교육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가칭)’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사 교육 강화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그는 교실 수업에서 학생의 사고 역량을 제고하고 역사적 자기 정체성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했다. 역사 자료를 활용한 '팩트체크 교실'을 운영해 학생들이 역사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역사관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교육청에 역사위원회와 역사 자료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교사와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창의성 교육도 주요 공약으로 배치했다. 다만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해서는 정 후보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갖고 천천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학교 교육 공동체 소통과 존중 강화 △현실화한 기후 위기, 생태전환교육으로 전환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모두 조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정 후보는 공약에는 담지 않았지만, 조 전 교육감의 주요 정책이었던 혁신학교 계승 의사도 밝혔다. 교권 침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서울시의회가 폐지를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공약을 통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의 상관관계는 증명된 게 없다. 경험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학생인권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
초등학생 대상 지필평가 도입
방과후 학교서 선행학습 허용
혁신학교 없애고 자사고 유지
학생 권리조례에 의무도 규정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학생 기초학력 신장’과 ‘공교육 질 강화’를 강조하며 조희연 전 교육감과는 전혀 다른 정책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교육 현장에 시험과 경쟁을 확대해 ‘공교육의 질’을 확 높이겠다는 게 조 후보가 내세운 공약의 핵심이다.
1호 공약의 키워드는 ‘학력 신장’과 ‘사교육비 경감’이다. 조 후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필평가를 도입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방과후 학교에서 최대 1년까지의 선행학습을 허용하고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을 최대 100만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 혁신학교는 폐지하고 자사고·특목고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산하 학교평가청을 신설해 학교의 교육력을 정확히 측정·평가해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이 더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학생인권조례’를 완전히 폐지하고 대신 학생 권리와 의무를 함께 규정하는 ‘학생권리의무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학부모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학부모 참여 의사결정기구인 ‘학부모의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서울교육공개포탈’을 개설해 법률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권보호관 신설, 교권보호팀을 강화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등교시에는 휴대폰을 수거하고 하교시에 반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조 후보는 이 외에도 체육 교육을 확대해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예체능 특화 교과중점학교를 늘리고 학교 선택권도 폭넓게 인정할 계획이다. 학교 밖 청소년과 사회적배려대상 학생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장애학생 등 특수교육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조 후보는 맞벌이 가정의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지하철역 돌봄스테이션 설치’ 등의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조 후보는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해서는 시범 사업을 통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 10년 동안 친북·종북 교육과 ‘동성애 코드’ 등이 여과없이 교육 현장에 반영됐다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