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와 공모펀드 판매액이 올해 들어 14조 원가량 증가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이들 분야에서 모두 판매 규모 1위에 오르며 은행권 자산관리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연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여파로 이를 대체할 투자 상품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분할 매수형 ETF, 상품 라인업 다각화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이들 은행의 ETF 판매액은 6조 9127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액인 5조 2330억 원을 이미 32.1%가량 웃돌고 있다. 2년 전인 2022년 한 해 판매액 1조 8148억 원의 3.8배 수준을 나타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9월까지 3조 7028억 원 규모의 ETF를 판매하며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독식했다. 하나은행의 ETF 판매 규모는 2022년 2142억 원에서 2023년 1조 8109억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며 전통 강자인 국민은행을 넘어 최대 판매사에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로 국민은행의 자산관리 상품 판매 기반이 주춤한 사이 하나은행이 치고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은행이 2022년 처음 도입한 ‘분할 매수형 ETF’ 서비스가 시장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하나은행의 ETF 판매액 가운데 절반이 2조 원가량이 분할 매수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분할 매수형은 가입 시점에 자산을 일괄 매입하지 않고 일부 금액은 고객이 지정한 시장가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분할 매입하는 상품이다. 아울러 가입 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달성되면 자동 환매되도록 할 수 있다. 현재 하나은행은 분할 매수 기능을 다양한 상품에 적용 중이다. 올해 5월 은행권 최초로 출시한 미국 상장 ETF 종목 투자 상품인 ‘글로벌신탁’에도 최근 분할 매수 기능을 적용했다.
하나은행은 ETF뿐 아니라 공모펀드 판매 규모도 크게 늘리며 올해 점유율 1위에 새로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를 포함한 공모펀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7조 3755억 원 늘어난 52조 841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의 잔액은 14조 6688억 원으로 전체 점유율 가운데 최대인 28%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1년간 공모펀드 판매를 3조 1064억 원을 늘리는 등 영업을 확대하면서 1위 자리를 올해 6월부터 3개월 연속 지키고 있다.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중단기 채권형 펀드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및 절세가 가능한 공모주하이일드펀드를 중심으로 한 판매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의 채권형 공모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2조 6761억 원에서 8월 말 4조 364억 원으로 8개월 만에 1조 4000억 원가량 급증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손님에게 투자수익 성과와 투자 위험의 균형을 맞춘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선사해드릴 수 있도록 신탁·펀드·연금 등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 총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자산관리는 하나은행’이라는 공식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