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연이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중국 당국이 침체의 주범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정이 악화된 지방정부를 돕고 이를 지원할 국유 은행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국채 발행 규모 등 세부 사항은 발표되지 않고 소비 확대를 유도할 정책도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3일 중국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까지 발행하기로 했던 정부채 기금 중 2조 3000억 위안(약 440조 원)을 지방정부 재정난 완화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활용하고 지방채 잔액 4000억 위안(약 76조 원)을 지방정부 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토지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재원으로 했던 지방정부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정난을 겪으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란 부장은 최근 계속된 경기 부양책에 동원된 국유 은행을 돕기 위한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지방정부에도 유휴 토지와 미분양주택 매입을 위한 특별 채권 발행을 허용한다며 “중앙정부가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큰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는 특별 채권에서 모은 재원으로 기존 부채를 교체해 공공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미분양된 아파트를 매수해 이를 공공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고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개인 소득세 환급 등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도 예고해 거래 활성화에 대한 적극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신화통신은 지난달 인민은행이 발표한 시중은행의 기존 부동산 대출금리 인하 방침에 따라 중국 국영 6대 은행이 이달 25일부터 대출우대금리(LPR)를 0.3%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부동산 지원에 중점을 둔 이번 방안에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가장 중요한 국채 발행 규모 등 세부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지원 방안은 ‘발행됐지만 사용되지 않은 채권’과 ‘발행되지 않았지만 올해 할당량 내에 있는 채권’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경기 부양책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경기 부양책 규모가 정확하게 나오기를 바라던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경기 부양책이 없고 가계 보조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제일재경은 이달 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특별 국채 발행 규모나 시기 등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해 8개월 연속 올랐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의 잇따른 부양책 발표에도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차이신의 예상치(0.6%)를 밑돌며 소비자물가 회복이 더딘 상황을 반영했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에 비해 2.8% 떨어졌다. 전월(-1.8%) 대비 낙폭이 커졌으며 예상치(-2.5%)에도 못 미쳐 2016년 이후 최장 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