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한 나발니, 옥사 예감했다

이달 발간 사후 회고록 발췌문 공개
"생을 감옥서 지내다가 죽을 것"
2년여전 형기 추가된 날 심경 적어

알렉세이 나발니의 2020년 모습.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다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일찌감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 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요커지와 영국 런던타임스 등은 이달 하순 발간될 예정인 나발니의 사후 회고록 발췌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나발니는 2022년 3월 22일 “난 남은 생을 감옥에서 지내다가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은 옛 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는 경험을 하고도 2021년 초 러시아로 귀국해 감옥 생활을 하던 나발니에게 러시아 법원이 9년의 형기를 추가한 날이었다.


자신이 세운 반부패 재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왔던 나발니에게 러시아 사법 당국은 극단주의와 사기 등의 혐의로 형량을 계속 늘렸다.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로 이감됐고 약 두 달 만인 올해 2월 16일 47세의 나이로 의문사했다.


그는 생전 남긴 글에서 “작별 인사를 할 사람도 없고 모든 기념일은 내가 없는 채 보내게 될 것이다. 난 결코 내 손자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거짓말쟁이와 도둑, 위선자 무리에게 약탈되도록 우리의 조국을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숨지기 한 달 전인 1월 17일 일기에는 ‘왜 러시아에 돌아왔느냐’는 동료 죄수와 교도관들의 질문에 “난 내 나라를 포기하거나 배신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신념에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을 위해 일어서고 필요하다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발니의 사후 회고록은 ‘애국자’라는 제목으로 22일 미국 출판사 크노프트를 통해 출간되며 이후 러시아어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