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동대학살 부정, 차별 당연시하는 발상 탓"

'행정 인권침해 모임' 미야자키 오사무 메이지가쿠인대 교수
역사 부정행위 맞서 8월 모임 결성
시민단체와 연계 사건 진실 알려
도쿄도지사, '조선인 학살' 추도 안해
행정으로 재생산되는 차별 방증
日 역사수정주의 확산 안타까워


일제강점기인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간토)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때 “조선인이 방화와 약탈을 일삼고 우물에 독극물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이로 인해 6000여 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조선인과 관련한 비극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6000여 명이 일본 군마현에 강제로 끌려갔는데 이 중 상당수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숨졌다. 이에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재일 동포와 군마현 시민단체, 기업 등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2004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세웠다. 하지만 군마현청은 올해 초 추도비를 철거해 과거사를 반성하는 일본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야자키 오사무(사진) 일본 메이지가쿠인대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또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없앴다”며 “이처럼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어 최근 ‘행정에 의한 인권침해를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회복지학 전공인 미야자키 교수는 국적·인종·성별 차별로 발생하는 사회복지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특히 재일 한국인에 대한 억압과 한국인들이 겪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행정에 의한 인권침해를 생각하는 모임’은 미야자키 교수를 비롯해 이야마 유키 미술가, 김봉준 사이타마 조선학원 이사, 와타나베 모토키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생, 박순이 작가, 후니 시인 등 6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8월 말 일본 도쿄에서 결성했다. 김봉준 이사와 박순이 작가, 후니 시인은 재일교포다.


미야자키 교수는 “이 모임은 대표를 따로 두지 않고 6명 모두 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한다”며 “행정은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혜택을 줘야 하지만 지금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들은 재일 한국인과 역사 문제에 차별을 두고 있어 모임은 이런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임은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호센카(봉선화)’ 등 뜻을 같이 하는 단체들과도 연계해 일본의 역사 부정 행위에 맞설 계획이다. 호센카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실을 일본 내에서 알리고 있는 시민단체다.


모임 결성의 불씨가 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부정과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에 대해 그는 “조선인 학살 배경에는 당시 일본이 한반도에서 식민지 지배를 하고 있었고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감정이 있었다”며 “조선인 학살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식민주의와 조선인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구시대적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4월 군마현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철거된 터를 몇 차례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주민이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사회의 양심이라고 생각해왔다’는 말을 했다”면서 “추도비 철거와 강제징용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행정의 판단에 따라 사회에 내재된 차별이 재생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전부터 일본은 조선인 학살, 강제징용을 인정하기 싫어했는데 최근 들어 이를 더욱 강하게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특히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 열리는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데 이는 ‘행정에 의한 역사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미야자키 교수는 일본 정부와 여러 행정기관들을 향해 “관동지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및 조선인 강제징용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아울러 행정으로부터 독립된 인권 기구를 설립하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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