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의 노동조합이 한 달째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사측이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전날 비용 절감을 위해 1만 7000명 규모의 감원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잉의 전 세계 직원(약 17만 명)의 10% 수준이다. 켈리 오토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무 현실에 맞도록 보다 집중적인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해 인력 수준을 재조정한다”며 “회사를 회복시키려면 어려운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잉의 차세대 주력 항공기인 777X 기종의 첫 인도 역시 2026년으로 1년 연기될 예정이다. 보잉은 개발 및 테스트 문제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작업 중단 등을 이유로 들었다. 3만 3000여 명의 보잉 기계공 노조원들은 지난달 13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6년 만의 파업에 돌입했다. 한 달간 지속된 파업으로 737맥스·767·777 등 여객기 생산이 중단되면서 부품사 및 고객사들 역시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헤이즈 그레이트힐캐피털 매니저는 “이번 정리해고가 직원들에게는 파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잉의 실적은 연초부터 이어진 기체 결함 안전사고로 인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달 23일 실적 발표에 앞서 보잉은 3분기 주당 3.37달러의 순손실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2.90달러)보다 손실 폭이 확대된 셈이다. 보잉은 올 상반기에도 70억 달러 이상의 현금흐름상 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 보잉의 신용등급은 추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8일 보잉에 대해 재무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다고 밝혔다. 보잉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로 한 단계 하향될 경우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진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잉이 현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100억~1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