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얼굴' 한강 초상화, 누가 그렸나 보니…노벨상 주인공 먼저 아는 ‘이 작가’

스웨덴 출신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
2012년부터 수상자들 초상화 도맡아
검은 윤곽선에 금박 입혀 양감 표현
“수상자 그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초상화. 사진=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과 동시에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 장의 그림이 등장했다. 전 세계에 한강의 얼굴을 실물 사진보다 먼저 알린 이 그림은 201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도맡아 온 스웨덴 출신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의 작품이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평화 분야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대외활동이 적은 수상자들의 경우 고화질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12년 노벨위원회의 미디어 분야 예술 감독으로 일하게 된 엘메헤드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리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봤고 그림으로 사진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초상화가 좋은 반응을 얻자 엘메헤드는 2014년부터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된다.


엘메헤드의 초상화에서 수상자들의 얼굴은 황금빛으로 표현된다. 그는 당초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바뀐 채색 방식이다. 수상자의 인종,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황금색만 사용해 특정 피부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엘메헤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에는 검은 윤곽선에 푸른색과 노란색 음영을 줘서 강조했다”면서 “2017년에 주된 색상을 금색으로 하기로 했고 여러 가지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니클라스 엘메헤드 SNS 캡처

간결한 화풍이지만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을 그리고,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이며 양감을 표현한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해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 때문에 수상자 명단을 공유하는 시점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림을 30여 분 만에 완성해야 할 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엘메헤드는 이어 “(긴박한 작업에)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정말 이 일을 사랑한다”면서 “노벨상 수상자를 그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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