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국 경제의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타깝다. 그렇다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 등 신시장이 중국을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2023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7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올해 목표인 5% 성장률을 달성할 경우 8800억 달러 내외의 새로운 국부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제2의 중국으로 각광받는 베트남 GDP의 2배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기대할 성공의 파이를 감안한다면 아직도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중 사이에는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 면에서 차이가 존재하며 이를 기회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가심비’의 제품을 선보여 성공하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쾌락안신(快樂安信)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것을 제안해본다.
최근 중국 패션 시장에서 각광받는 한국 브랜드들은 MZ세대에 어필하는 힙한 제품들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가 아시아에서 가장 글로벌화돼 세계 주류 유행 문화를 한국식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트렌디(快)함은 중국 청년층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 국산 제품인 궈허(國貨)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가 증가해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힙함으로 대표되는 해외 청년 문화에 대한 동경심이 있어 글로벌 유행과 함께하는 한국 브랜드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한령의 영향으로 공식적인 루트로는 한국 대중문화를 접할 수 없는 중국인들이 오히려 우리 연예계의 소소한 소식까지 정통한 것을 보면 신기함마저 든다. 정부에서 막으려 해도 비공식 경로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중국인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너무 단순하게 ‘재미’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한중 간의 큰 차이가 재미(樂)라는 것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재미로 무장된 스토리를 제품에 입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적극 추진해볼 수 있다.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틱톡 등 플랫폼에서 유행시켜 메가히트를 친 S식품이나 초코가루 범벅 인증샷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줄 세운 O베이커리의 사례는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중국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역시 양국 간 서비스 마인드의 차이다.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자기 권리 주장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사는 한국의 특성을 중국에서 경쟁력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중국의 차부둬(差不多) 문화는 대륙적인 것 같지만 디테일이 부족하다.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도 우리만의 하이터치를 넣어 안락함(安)을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잠재력이 우리 안에 있음을 재인식해야 한다.
예전 인천공항 면세점을 애용하는 중국인들에게 구매 사유를 물으면 최소 짝퉁을 살 우려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저신뢰 사회인 중국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이따금 한 번씩 터지는 식품 안전 문제를 보면 믿을 수 있는(信) 제품으로 시장 공략 여지가 큼을 알 수 있다. 실제 필자는 중국 멜라민 우유 파동 후 안전한 유제품을 찾는 수요 변화를 캐치해 신선 우유의 중국 수출 물꼬를 튼 적이 있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쾌락안신의 4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지만 이 밖에도 한중 간 차이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찾아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