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가 수상 발표 후 개별 기자회견·언론사 인터뷰를 고사하고 두문불출하면서 그의 첫 공식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발표 후 첫 외부 일정은 오는 17일 열리는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이지만, 실제로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1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한강의 작품들을 출간한 국내 출판사들은 당초 합동으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작가가 극구 고사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지난 11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강은 같은 날 자신의 책을 출판한 출판사들을 통해 언론에 전한 메시지에서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해당 출판사들은 해당 소감을 전하면서 "수상과 관련해 개별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락이 어려운 점도 모쪼록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보다 자세한 소감은 (오는 12월)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작가의 뜻을 전했다.
한강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운영하는 소형 독립서점 '책방오늘'에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부터 한강이 대표를 맡고 있는 서점으로 알려지면서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책방 측은 당분간 휴업하기로 했다. 이 서점은 한강이 대표자로 등록돼 있기는 하지만 운영은 책방지기들이 하고 작가는 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방오늘 근처 한강의 자택으로 알려진 한 주택 앞에도 팬과 독자들, 취재진이 몰려들었으나 작가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노벨위원회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포니정 재단(이사장 정몽규)은 지난달 19일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포니정재단은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을 기려 2005년 설립됐으며,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인문학 분야 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재단이다.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은 1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시상식 일정에 변동은 없지만, 작가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불참하거나 대리 수상자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불참하게 되면 노벨문학상 발표 후 한강 작가의 첫 공식 행보는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문제의식들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