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 여사 라인 있어선 안돼" 용산 "비선 없어"

■'당정 갈등' 갈수록 확산
한동훈 '인적쇄신' 거듭 요구에
친윤 "지위 따라 말 바꿔" 반발
'尹·韓 독대' 내주 초 잠정 확정
여권 분열 속 尹 지지율 최저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 인사들의 정리를 거듭 요구했다. 최근 한 대표의 잇따른 인적 쇄신 주장에 지금껏 침묵을 지켜온 대통령실은 “비선 조직은 없고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다음 주 초로 예정된 가운데 김 여사를 겨냥한 한 대표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분(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를 다시 한 번 압박했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와 걱정’을 이유로 대통령실 인적 쇄신론을 처음 꺼내 든 한 대표는 자신이 말하는 인적 청산 대상에 김 여사 측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7명 안팎의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과 행정관급 인사들을 ‘여사 라인’ 또는 ‘한남동 라인’으로 부르고 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측근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공식 요구하자 지금까지 무대응 기조를 유지해오던 대통령실도 이날 처음으로 입을 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의 요구와 관련해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고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 같은 것은 없다”며 “김대남 전 행정관과 같은 이런저런 사람의 유언비어를 언론이 자꾸 확대하고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를 향한 한 대표의 공세에 친윤계 인사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원조 친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법무부 장관과 당 대표라는 지위에 따라 말이 바뀌고 있다”며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게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이냐”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겉치장에만 신경 쓰면서 분열과 갈등을 심는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당정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다음 주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재·보궐선거 뒤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 주 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 형식과 일정·의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이 두 사람의 회동을 ‘면담’으로 표현하면서 독대가 아닌 정 실장의 배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 여사를 보좌하는 조직인 제2부속실도 이르면 이달 말 공식 가동에 들어간다.


당정 갈등과 김 여사 논란 등 잇따른 악재에 윤 대통령 지지율도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이달 7~11일(9일 제외)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1%포인트 내린 25.8%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2주 전 조사와 같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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