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전세 사기 여파로 얼어붙었던 오피스텔 시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최근 2년 만에 상승 전환했을 뿐 아니라 신고가 비중도 올 들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피스텔 시장의 선행지표격인 아파트값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월세 상승으로 임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이 3년여 만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단행하면서 중소형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온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14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 8월 체결된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 873건 중 신고가 거래는 168건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8월에 매매 거래된 서울 오피스텔 다섯 실 중 한 실은 최고가에 팔린 셈이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 중 신고가 거래 비중은 1월 14%, 2월 10%, 3월 13% 등 연초 10% 초반대에서 꾸준히 오르다 8월 최고치를 찍었다. 신고가 거래 건수가 150건을 넘긴 것도 올 들어 처음이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8월 0.03%로 2022년 8월(0.01%) 이후 2년 만에 올랐다. 오피스텔은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까지 아파트의 대체재로 주목받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과 전세 사기 영향으로 투자 수요가 급감했다. 이에 서울 오피스텔 가격도 202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22개월 연속 내림세였지만 7월 보합 전환한 데 이어 8월 상승에 성공한 것이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1~8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6825건(9월 30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5842건)보다 약 16.8% 증가했다.
개별 거래를 보면 아파트의 대체재 성격이 짙은 중형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폭이 크다. 송파구 신청동 ‘롯데캐슬골드’ 전용면적 74㎡는 직전 최고가(6억 8500만 원)보다 2억 4500만 원 오른 9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의 임차 수요가 높은 소형 오피스텔의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에서는 ‘한양아이클래스’ 전용면적 20㎡가 8월 최고가인 1억 9100만 원에 팔렸다.
이 같은 회복세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 오피스텔 월세 상승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겹친 결과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이면서 수익형 상품이기도 하다”며 “아파트 대체 측면에서 보면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고, 수익형 상품 측면에서 보면 매매가격이 낮아져 있는 상태에서 월세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높아져 상품성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8월 4.87%로 2019년 7월(4.87%)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아파트값 강세에 제동이 걸린 탓에 대형 오피스텔은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지만, 임차 수요가 높은 중소형 오피스텔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임대수익의 경쟁력이 커지는 동시에 대출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연구원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장은 동조화 돼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정체될 경우 오피스텔만 가격이 크게 뛰기는 어렵다”면서도 “오피스텔 시장이 이제 회복을 시작한 만큼 지금 상황에서 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도 “초저금리 시절의 오피스텔 투자 열풍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소형 오피스텔은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수익률이 높아지며 매매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