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 레이팅스가 앞으로 10년간 신흥국 국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최근 글로벌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신흥국 국가들이 외화 부채를 갚을 자체 자원이 부족한데다 낮은 신용등급 등으로 자본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는 것이다. 고금리 시대를 지나며 누적된 차입 비용 부담이 국가 재정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S&P글로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각국 정부는 과거보다 더 자주 외화 부채를 채무 불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최근 케냐와 파키스탄 등의 국가가 올해 새로운 구제 금융과 기타 대출 덕분에 가까스로 디폴트를 피했지만 이들 국가가 지출해야 하는 두 자릿수에 이르는 차입 비용으로 인해 여전히 채권 시장에서 부채를 재융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구조조정에 돌입해 마침내 디폴트를 벗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잠비아나 스리랑카 등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잠비아가 4년 간의 구조조정을 끝냈고 스리랑카의 새 정부도 2022년의 채권 디폴트를 끝내기 위해 마무리 협상에 돌입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는 듯 보였지만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낮아진 상황에서 차입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기 전 한 해 동안 평균적으로 세입의 5분의 1을 이자 지급에 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부연했다. S&P글로벌 레이팅스의 신흥국 국채 전문가인 프랭크 길은 “채무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채무 불이행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신흥국들이 외국인 직접투자와 같은 해외 자본 유치에 성공할 경우 디폴트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이 관찰되지 않는다고도 진단했다.
한편 내년 준비금 대비 큰 부채의 만기에 직면한 국가로는 최근 인도에서 구제 금융을 확보한 몰디브와 아르헨티나가 거론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과 외환보유고에 대한 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약 110억 달러(약 15조원) 해외 채권 상환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P의 국가 신용등급 수석 분석가인 줄리아 필로카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만기 부채를 새 부채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을 최근 승인했다는 점을 짚으며 “디폴트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바이백(환매) 작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디폴트의 성격이 더욱 파격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