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데드라인

심기문 산업부 기자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 서울경제DB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겪고 있는 불황은 일시적인 불황이 아닙니다. 구조조정 데드라인까지 남은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업체들이 겪고 있는 불황의 성격을 이같이 진단했다. 지금 국내 석화업계가 마주한 불황은 글로벌 석화 산업의 구조의 지각변동이 원인이라 묘수를 내놓지 않는다면 수많은 업체들이 극복은커녕 문을 닫는 최악의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상황이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한국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던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생긴 불황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의 중국 자급률이 이미 100%에 육박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그나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합성수지의 자급률 역시 80%를 넘어섰고 배관 파이프 등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도 중국은 국산화를 마친 상태다.


각 사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그간 중국에 수출하던 물량을 유럽‧북미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이상적이지만 글로벌 화학제품 공급 과잉 국면에서 마땅히 중국을 대체할 수출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 석화제품을 받아주지 않으니 팔 데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초화학 자산을 매각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노력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설비의 자산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원매자를 구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석화제품의 공급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업체들의 체질 개선을 돕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과 대만의 공세에 일찌감치 30년 전 구조조정을 단행한 일본도 정부가 공동 투자와 판매 등을 주도하고 각 지역별 화학제품의 공급을 통제했다. 현재 일본은 내수를 위한 최소한의 설비만 남겨둔 채 교통정리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석화제품의 원가를 크게 절감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와 중국의 신규 설비가 추가로 가동되는 2026년을 구조조정의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각 회사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하긴 하지만 좌고우면하며 데드라인을 놓치는 실기(失期)를 범해선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