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도쿄 대표 변화가인 시부야의 한 고층빌딩 내부에 들어서자 각지에서 모여든 뷰티 인플루언서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 3대 버라이어티샵(잡화점) 중 하나인 로프트가 한국화장품으로만 꾸린 기획전 ‘K코스메 페스티벌’ 현장이다. 이번 행사는 일본에 판매 전이거나 로프트 입점에 성공한 국내 유명제품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됐다.
800명 넘는 현지 인플루언서들은 85개 부스(105개 브랜드)를 쉼 없이 누비며 마치 유명쇼핑몰을 방불케 했다.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을 수없이 외치지 않고선 다른 부스로 발을 떼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부분 20대 여성인 인플루언서들은 제품 설명을 듣고 화장법 등 궁금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물을 남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인스타그램에서 40만 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나나 씨는 “평소에 한국 성수동이나 압구정동 등을 방문해 한국화장품을 자주 경험하는데 오늘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한국 제품은 일본에 비해 다채로운 컬러 베리에이션을 갖췄고 신제품마다 고유의 콘셉트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기업은 일본에 부는 K뷰티 열풍을 타고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비건 뷰티 브랜드인 달바(d’Alba)는 올해 9월 말까지 일본에서만 2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연말까지 3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100억 원)보다 세 배가량 성장하는 것이다. 이날 부스엔 로프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커버쿠션과 보습크림을 전면에 내걸고 시장 공략 의지를 다졌다.
로프트 입점은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브랜드에겐 숙원으로 꼽힌다. 로프트는 일본 버라이어티샵 중 최대인 총 151개 매장을 보유해 현지 트렌드를 선도한다. 까다로운 입점 기준을 통과한 브랜드는 다른 일본 유통망까지 진출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국내기업의 로프트 입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로프트 측과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1대 1 상담 등을 통해 로프트 입점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후에는 로프트와 국내기업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한 가교 역할을 담당하며 40곳 넘는 업체의 로프트 입점을 끌어냈다.
KOTRA 등 정부기관의 지원사격과 국내기업의 제품 경쟁력에 힘입어 한국화장품은 일본에서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8억 194만 7000달러(한화 약 1조 919억 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8월 누계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보다 23.5% 늘어난 6조 4676만 1000달러(약 8806억 9445만 원)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7년 173만 8000달러(23억 6629만 원)에서 지난해 6억 4767만 8000달러(8818억 1360만 원)로 373배 급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