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난한 나라서 괄목 성장…세계가 지향해야 할 경제모델"

■노벨 경제학상 3인 '韓 성공 사례' 일제히 주목
아제모을루 "분단 후 포용적 제도로
北 대비 10배 성장…고령화는 과제"
로빈슨 "韓, 가장 놀라운 성공담 써"
존슨 "다른나라보다 훨씬 나은 성과"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AP연합뉴스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EPA연합뉴스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3인이 세계 각국이 지향해야 할 성장 국가 모델로 한국을 꼽았다. 성공 국가의 특징인 ‘포용적 제도’를 바탕으로 경제적 성취를 이룬 대표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국가의 번영과 실패 원인을 분석한 학문적 공로로 공동 수상했다.


존슨 교수는 14일(현지 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 기념으로 MIT가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뤄낸 성과는 정말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우리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지향하도록 제시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1960년대만하더라도 매우 가난하고 권위주의적인 국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비록 지금 한국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포용적 제도를 갖춘 국가일수록 그렇지 않은 제도를 가진 나라보다 더욱 성장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포용적 제도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교육이나 공공 인프라, 재산권의 보장,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경쟁 환경 등 경제적 자유가 보장된 국가 시스템을 말한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포괄적 제도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상반된 사례로 한국과 북한을 꼽았다. 그는 “분단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북한의 경제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0배 이상의 격차가 생겼다”며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어떤 국가의 제도는 일부 지배층에만 상당히 유리한 경우가 많은데 북한이 그 대표적인 예”라며 비판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큰 탄압을 받고 있고 체제는 점점 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언젠가 더 민주적인 체제로 한국과 통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도 이날 별도의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담을 쓴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과제도 언급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여전히 대기업이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빠른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기술과 다른 여러 조정을 통해 그동안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매우 어려운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 국가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경우 경쟁력을 갖추며 그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론 아제모을루(왼쪽 아래)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가 14일(현지 시간) 샐리 콘블루스(오른쪽 위) MIT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노벨경제학상 수상 기념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MIT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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