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렸지만…대출이자는 더 오른다

■코픽스 넉달만에 반등
전월보다 0.04%P 올라 3.4%
국민·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
16일부터 주담대 금리 일제 인상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넉 달 만에 반등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최근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금융채 금리가 지난달 소폭 반등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이달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은행권 대출금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로 전달(3.36%)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올 6월 하락세로 전환한 뒤 석 달 연속 내려가다 지난달 반등한 것이다. 반면 잔액 기준 코픽스는 0.04%포인트 하락한 3.63%,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0.02%포인트 내린 3.12%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이 얼마 정도의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일부 은행의 대출금리에도 반영되는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3개월 연속 코픽스가 하락하면서 일종의 되돌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금리 주담대에는 상승분이 즉각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6일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에 반영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이날 연 4.71~6.11%에서 16일 연 4.75~6.15%로 높인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연 5.31~6.51%에서 연 5.35~6.55%로 올린다. 신한·하나은행은 코픽스 금리 변동분이 아닌 금융채 금리 변동과 연동해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막상 대출금리는 오르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전부터 시장금리에 기대감이 선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조달금리가 장기적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당장 대출금리가 체감할 정도로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코픽스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가산금리를 계속 올리는 매우 이례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은 이달 들어서도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는 0.1~0.45%포인트 높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전세대출 및 주담대 금리를 올렸고 농협은행도 지난달부터 비대면 주담대(변동) 대환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0.5%포인트, 신규 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0.3%포인트 각각 축소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이달 14일 기준 3.304%로 지난달 13일(3.145%)보다 0.159%포인트 올랐다. 5년 만기 금융채는 주담대 혼합형·주기형에 적용되는 금리의 준거금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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