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 동시에 출격했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자신에 반대하는 국민을 처벌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고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의 경제와 직결된 화석연료 시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지율이 떨어져 초조해진 해리스는 흑인 남성 맞춤형 공약을 꺼내 들며 집토끼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 북서부의 이리카운티를 찾아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추적·처벌하기 위해 군을 동원하겠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있다”며 “그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민의 자유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앞서 13일 폭스뉴스에 나와 “대선 당일 급진 좌파의 소요가 있을 경우 군을 동원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해리스는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라는 공약도 내놓았다. 흑인 남성층에서의 지지율이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때에 미치지 못하자 마련한 조치다. 흑인 기업인이 사업을 시작할 때 2만 달러(약 2700만 원)까지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대출 100만 건을 제공하고 기호용 마리화나(대마)를 합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정비해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흑인의 20%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해리스는 경합주에서 흑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일정도 가질 예정이다.
그간 트럼프의 인신공격에 점잖게 대응하던 해리스는 트럼프식의 조롱 섞인 공격에도 나섰다. 해리스 캠프는 틱톡 계정에 트럼프가 유세에서 횡설수설하는 영상을 올리고 Z세대들이 ‘delusional(망상적인)’을 변형해 쓰는 ‘delulu’라는 자막을 달았다. 해리스는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도 응했으며 녹화 방송은 16일 방영된다.
해리스의 이 같은 행보는 경합주에서의 지지율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조사가 잇따라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폴의 조사에 따르면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48%, 해리스는 46%로 나타났다. 경합주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사람 중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이 48%, 해리스가 47%였다. 조사는 11~13일 3145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1.8%포인트다.
반면 지지율에 탄력이 붙은 트럼프는 표가 될 수 있는 이슈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교외의 오크스에서 타운홀 미팅을 갖고 화석에너지원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취임 첫날 (셰일가스와 석유를) 시추할 것”이라며 “시추해서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 전국의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에 화석에너지원 개발과 관련된 일자리가 수십만 개라는 점, 현지 주민들이 해리스 당선 시 천연가스 시추가 금지될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또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불법 이민자 문제도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는 “많은 사람이 감옥·교도소·정신병원에서 들어왔다”며 취임 첫날 남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스를 향해서도 “우리에게는 최악의 대통령과 부통령이 있다. 그리고 부통령이 더 나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