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등 자국 기업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 국가별 수출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중국의 우회로가 될 수 있는 중동 국가들에 초점을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허가 상한을 두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일부 국가의 AI 기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며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논의에서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중동 국가를 비롯한 40여 개국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할 경우 기업들이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이 이들 국가를 우회해 미국의 첨단 칩과 기술에 접근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미 상무부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용되는 AI 칩 허가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논의 역시 해당 방안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별 수출 상한이 설정될 경우 미국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엔비디아 등 반도체 수출통제를 광범위한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당국자는 “여기(목표)에는 주요 기업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약화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중국 이외 국가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가별 반도체 수출을 설정할 경우 포괄적인 새 정책을 발표하기 어렵고 외교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