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은 굵직한 개발사업과 함께 재건축 사업에 따른 인프라 개선도 눈에 띄게 이뤄지고 있다. 한강이라는 핵심 거점이 가까워 덮개공원과 공공보행로 조성 등의 기부채납이 활발한 데다 아파트 내 주민 공동 이용 시설(커뮤니티 시설)도 대거 개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는 용적률을 15%포인트 높이기 위해 토지와 건축물을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구역 면적만도 37만 ㎡(11만 2000평)에 달해 건축물 기부채납도 △올림픽대로 상부 덮개공원(연면적 1만㎡) △세미나홀(300㎡) △주거역사박물관(3000㎡) △지하차도 △초등학교 신설(1만 9151㎡) △중학교 신설(1만 3321㎡) △기존 초등학교 재설치(9201㎡) △기존 중학교 재설치(9051㎡) 등 다양하다. 웬만한 소규모 정비사업이 가능한 규모다.
특히 올림픽대로 상부 덮개공원은 주거지와 한강을 연결하는 서울 첫 덮개공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총 사업비만 1136억 원에 달하며 완공은 2027년이 목표다. 시는 국제 설계 공모를 진행해 6월 이소진(건축사무소 리옹), 신혜원(호주 모나시대학), 루카스 슈와인구루버(스튜디오 벌칸) 건축가팀의 공동 응모안을 선정했다. 세 건축가의 디자인은 덮개공원에 정원·오솔길·산책로를 조성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기부채납을 활용한 한강 접근성 개선은 대부분의 강남권 한강 변 재건축 단지에서 시도되고 있다. 서울시는 폐쇄형 대단지 아파트가 도시 교통과 보행을 방해하고 지역사회와 소통을 저해하는 만큼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때 공공보행로를 지어 단지를 여러 블록으로 나누는 방안을 장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잠실장미, 서초구 신반포2차, 강남구 압구정아파트 지구 등이 단지 내부와 한강을 연결하는 공공보행로를 기부채납하기로 결정했거나 논의 중이다.
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필요한 시설을 기부채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많은 지역에서 기부채납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며 “강남은 입지도 좋고 한강이 가까워 공공보행로 조성 시 지역 주민 이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개선만이 아니다. 재건축을 통한 지역 주민 편의 시설 확충도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재건축 단지들에 동 간 간격 축소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아파트에 설치되는 주민 공동 이용 시설을 지역에 개방하도록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지역 31개 재건축 조합이 이 기준에 따라 주민 공동 이용 시설을 개방했거나 개방할 예정이다.
이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조합은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원베일리, 송파구 잠실우성4차·한양3차,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등 12곳으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동 간 간격이 축소되면 동 배치가 보다 자유로워진다. 이렇게 되면 한강 변 단지들은 한강 조망 가구를 늘릴 수 있는 만큼 특별건축구역 인센티브를 받으려는 강남 3구 조합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으로 인한 인프라 개선 및 주민 공동 이용 시설 개방이 효과를 내려면 취지대로 실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센티브를 받은 뒤 약속과 달리 단지 출입구를 펜스로 막거나 주민 공동 이용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는 1년이 넘도록 공공 개방 시설을 개방하지 않다가 구청이 이행강제금 부과, 위반건축물 등재를 경고하고 나서야 약속을 이행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센티브를 받고 주민 공동 이용 시설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면 외부인 접근이 쉬운 곳에 해당 시설 출입구를 설치하는 등 설계부터 잘돼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취지대로 운영이 잘되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시도 아크로리버파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조합이 시설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각종 행위 허가 제한 등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