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3%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반대"

■경사연 '연금개혁 인식 조사'
국민연금 개혁 80% 찬성 불구
보험료율 인상엔 45%만 동의
62% "가입 상한 연령 높여야"

이기일(오른쪽 두 번째)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정부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적정 대체율은 41.97%로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42%)과 비슷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다.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연구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 반대했다. 연령별로 보면 만 30~34세(46.4%)를 제외한 모든 나이대에서 과반이 소득대체율 변경에 부정적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합의를 전제로 44%로 인상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대체율 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국민들은 보험료율 인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79.7%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보험료율을 높이는 데는 45.5%만 동의한다고 답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하는 응답자들도 수용할 수 있는 보험료율이 얼마냐는 질문에 40%가 ‘10%(1%포인트 인상)’를 선택했다. 정부가 제안한 13%를 수용할 수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23.4%에 불과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은 모수 조절에 따른 재정 효과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당장 월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월 소득 150만 원 미만 응답자들 중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는 비율은 44.1%인 데 비해 월 소득 450만 원 이상 그룹에서는 50.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계층에서 보험료율 인상에 보다 개방적이었다는 의미다. 석 교수는 “보험료 인상에 어려운 국민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올라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금개혁안과 함께 제시한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비율은 10.6%에 그쳤다. 22.1%는 지급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을 지지하는 비율도 20.7%에 그쳤다. 응답자의 66.7%는 현행 급여 수준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수급액을 낮추자는 비율도 12.6%다. 현재 정부는 2027년까지 기초연금 수급액을 40만 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만 59세인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는 방안에는 응답자의 62.8%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만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연장하자는 주장에도 53.5%가 공감했다.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활동을 최대한 오래 지속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이후인 5~6월에 만 18세 이상 59세 미만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