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실적 쇼크'…"삼성 파운드리 수율 부진 영향도"

3분기 장비 수주액 26억 유로
추정치 53억 유로 한참 밑돌아
삼성 가동률·테일러 가동 연기도 영향

ASML의 하이-NA EUV 노광 장비. 사진제공=ASML

ASML이 장비 수주 부진 등으로 시장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내년 매출 전망치를 내놓았다. 삼성전자, 인텔 등 ASML 핵심 고객사들의 기술 역량 약화로 인한 투자 축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ASML은 16일(현지시간)에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었으나 하루 앞선 15일 회사 홈페이지에 실적 보고서를 게시하며 각종 정보를 노출했다. 현재 ASML 홈페이지에서 이 자료는 삭제됐다.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ASML의 매출 전망은 상당히 암울하다. 3분기 장비 수주액은 26억유로(3조 8600억원)로 블룸버그 등 시장의 추정치인 53억9000만유로(8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25년 순매출에 관한 회사 전망치도 300억~350억 유로에 그쳤다.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358억 유로를 밑도는 수치다. ASML 주가는 유럽 증시에서 15%까지 폭락한 후 잠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소재의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세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인텔 등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에 이 제품을 납품한다.


업계에서는 IT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 하락과 미국의 대중 압박 등을 ASML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다. 크리스토퍼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AI 분야의 강력한 발전과 상승 잠재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다른 시장 부문의 회복이 더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등 고객사의 업황 악화가 ASML의 장비 공급 속도를 늦췄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3나노 수율 부진과 평택 파운드리 라인 가동률 조정,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 연기 등 부정적 이슈가 연쇄적으로 맞물리며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SML은 경기 화성시에 1조 원을 투자한 EUV 연구소 설립을 계획하는 등 삼성전자를 핵심 고객사로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 축소 역시 ASML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