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주문량 절반 사라졌다… 내년 반도체 전망 '먹구름'

장비 주문 감소에 ASML 16%↓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 동반 급락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이 내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ASML 장비 주문 감소는 곧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투자 감소를 뜻한다. 시장 예상 절반 수준에 불과한 주문량에 ASML은 26년만에 최대 폭락했고, 엔비디아와 TSMC 등 반도체 관련주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EPA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간) ASML은 실적발표를 통해 3분기 수주액이 26억 유로에 그쳤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던 53억9000만 유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부진한 장비 수주에 내년 매출 전망도 최대 400억 유로에서 300억~350억 유로로 하향 조정했고, 54~56%로 예상하던 내년 마진율 전망도 51~53%로 내렸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고객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2025년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공장 건설이 문제로 EUV 장비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한 인텔이 독일과 폴란드 등지 파운드리 건설을 연기하며 ASML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 지연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도 지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계가 인공지능(AI) 가속기 분야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반면 자동차 및 산업 분야에서는 재고가 남는 불균형적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AI 가속기 등 고성능 칩셋 수출에 ‘국가별 상한’을 두려 한다는 보도도 우려를 키웠다. 중국 기업들이 중동 등지를 반도체 수출 제한 우회로로 사용하는 데 따라 국가 쿼터를 두려는 시도다. 지속적인 대 중국 수출 규제에도 ASML은 3분기 매출 47%를 중국에서 거뒀다. 블룸버그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향후 중국 수요 둔화 가능성을 높이며 ASML 주식에 장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소식에 ASML 주가는 16.26% 폭락했다. 1998년 6월 12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어두운 시장 전망에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내렸다. 최고점을 목전에 뒀던 엔비디아는 4.69% 하락했고 AMD 5.22%, 브로드컴은 3.47%, TSMC는 2.64%, 마이크론은 3.71%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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