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길 적지만 미래 위한 ‘소중한 한 표’… 서울시 교육감 선거 D-day

대선, 총선 때보다 한산해
직장인, 노인, 학생 등 투표
자녀 가진 학부모 열기 뜨거워
교육자 출신들도 "미래 걱정"

16일 서울 서초구 한 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이뤄지고 있다. 박민주 기자

1년 8개월간 서울시의 교육을 이끌어갈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시작된 16일 오전. 보궐선거인 탓에 서울 지역의 각 주민센터들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등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만큼의 열기는 없었지만, 교육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손에 커피를 든 직장인들은 출근길에 급히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마치고 직장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백발의 노인들도 자녀와 손자, 손녀 등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7시께 투표소가 설치된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박의형(57) 씨는 “우리 젊은 세대를 앞으로 잘 이끌어갈 교육감이 누구인지 기준에서 오늘 투표에 임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민센터를 찾은 장상준(79) 씨는 “교육감은 학생들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돌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라며 “학생 권리는 이미 많이 보호돼 있기 때문에 교권 신장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교육감 후보 선정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20대 대학생 박 모 씨는 ‘가장 정치색이 드러나지 않은 사람’을 선택 이유로 꼽았다. 서초구 소재의 한 투표소를 찾은 이 모(64) 씨는 ‘사교육 걱정 없는 공교육을 만들어 줄 사람’이 기준이었다.


특히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의 투표 열기가 눈에 띠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이 모(41) 씨는 “전 교육감이 한 쪽으로 쏠려 있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념 교육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교육감은 교육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손주들을 10년 넘게 돌봤다는 김 모(67) 씨는 “돌봄 정책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양육하고 있는 40대 자영업자 유 모 씨는 최근 정치권을 흔들었던 ‘친일 논란’을 언급하며 역사교육 관련 공약을 보고 후보자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투표에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고3 학생도 참여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지난 2020년부터 투표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교육자 출신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전직 교장인 유 모(70) 씨는 “공약을 바꾸지 않고 한 가지만 올곧게 밀고 가는 후보를 선택했다”며 “좋은 교육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30년간 교직에 몸을 담았다는 유 모(79) 씨는 교육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녀들이 모두 학교에 다니고 있고 자식들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나 또한 30년간 교편을 잡았었다”라며 “교육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을 만드는 교육의 장을 마련할 후보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 교육감과 4곳 기초자치단체장(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 전남 영광군·곡성군)을 선출하는 재·보궐선거 본 투표가 시작됐다. 본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투표소 2404곳에서 진행된다. 최종 투표 결과는 이르면 자정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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