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둔화에 일자리 감소 악순환…"부양책 서둘러야"

[통계청 9월 고용동향]
기재부 올해 첫 '고용조정' 언급
청년층 취업자 23개월 연속 줄어
구직활동 않는 인구는 10.3% 쑥
경기 대응·노동개혁 병행 필요

시민들이 이달 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경기도 KB 굿잡(JOB) 페스티벌’에서 구직 상담을 받고 있다. 수원=김규빈 기자

기획재정부가 16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뒤 “고용이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돌았던 2022~2023년에 비해 고용 증가 속도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고용동향이 공개되면 보도자료를 통해 총평을 남기는데 ‘조정’을 언급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계속되는 소비·투자 부진에 건설업과 도소매업과 같은 내수 관련 산업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경기 둔화의 경우 ‘건설업·도소매업 일자리 감소→소비 둔화→경기 추가 하강’의 악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청년층 사이에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 명 줄며 3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경신했다. 건설업 경기가 악화일로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1.2% 감소하며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 감소세가 확대되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2023년 이후 누적된 건설 수주 감소가 시차를 두고 파급돼 당분간 건설투자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기도 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7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10만 4000명 줄어 2021년 11월(-12만 3000명)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소매업은 2019년 6월부터 52개월 연속 줄었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는 보합세를 이어갔는데 이후 다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5000명 늘며 올 8월까지 이어지던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끊어냈지만 증가율로 보면 0.1%에 불과해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청년층 취업 지표도 악화일로다. 15~29세 취업자 수는 16만 8000명 줄어 23개월 연속으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청년 고용률도 0.7%포인트 줄어든 45.8%를 기록해 5개월 내리 감소세를 나타냈다. 저출생·고령화 추세로 20대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청년 취업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3만 1000명으로 전년보다 10.3% 늘어났다. 특히 15~29세 쉬었음 인구가 18.5%나 늘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40대(-2.9%)를 빼면 30대(17%), 50대(4.4%), 60세 이상(11.2%) 등 연령대 전반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수 경기 부진으로 고용 지표 조정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지난달 실업률은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1%로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이미 올 4월부터 경기 순환시계상 ‘하강’ 국면에 머물러 있다. 현재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8월 기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98.2를 나타내 6개월 연속 내림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을 밑돌면 현재 경기 상황이 과거 흐름과 비교했을 때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 내 수요·공급 간 불일치가 이어지고 있어 청년층 고용 흐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시장 구조 측면에서 경력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청년층 입장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 취업자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경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고용 둔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다만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퇴직하신 분들에게는 계속 근로를 할 수 있도록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