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로 주민들도, 방문객들도 행복한 수원 행궁동 이야기(다시 읽기)에 이어 이번에는 저탄소 도시 사례 2탄, 여주 상거동 편입니다. 지난 9월 말, 그린피스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 2탄으로 시민 참가자들이 상거동 '에너지 자립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지붕의 태양광 패널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만들어내고, 수익까지 창출한다니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거동 에너지 자립마을은 전체 가구(84가구) 모두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곳입니다. 다른 에너지 마을들의 태양광 설비 설치 비율이 20% 정도인 것과 비교되는 ‘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지열 펌프처럼 아직 흔치 않은 재생에너지 설비도 일부 신축 건물에 도입됐습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렇게 활발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상거동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발전협의회 차원에서 탄소배출이 없고 장기적으로 수익도 얻을 수 있는 태양광 지원 사업(feat. 경기도 보조금 90% 지원)에 참여하게 된 겁니다.
가구당 3킬로와트(kW)의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를 설치(+개인별 추가는 자유)했는데, 이 정도면 한 달에 300킬로와트시(kWh) 넘는 전기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도시에 사는 평균적인 4인 가족이 쓰는 전력(월평균 300kWh)과 비슷한 수준. 여기에 마을 주민 모두를 위한 298kW 규모의 상업용 발전소까지 있습니다. 강다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님은 “가정마다 다르지만 농사용 전력이나 심야 전력, 냉난방 일부를 제외한 가정 내 취사, 조명, 전자기기 사용 등은 100% 에너지 자립을 이룬 수준”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경제적인 이득은 확실합니다. 상거동 주민들은 봄가을에 가구당 전력 기본요금만 냅니다. 태양광 전기가 있으니까요. 다만 냉난방 전력, 전기차 충전용 전력, 해가 진 후 심야에 쓰는 전기, 농사용 전력은 아직 한전 전기를 쓰는 중입니다.
대신 남는 전기를 한전에 팔아서 수익을 냅니다. 상거동 에너지협동조합 박수원 이사님 댁은 마당에 3kW, 옥상에 19.4kW 규모로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셨는데요. 마당 태양광은 집에서 쓰시고 옥상 태양광은 한전에 판매해서 매월 30만~60만원 정도 수익을 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사비로 낸 옥상 태양광 설치비를 6년 내로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마을 전체로 보면, 상거동 마을 에너지협동조합의 연소득은 약 5000만~6000만원이고 이 중 순수익이 4500만원이라고 합니다. 조합원들은 각자 출자한 금액의 10%를 매년 배당으로 받습니다. 연 수익금 중 600만원은 마을 복지회 법인인 새마을회에 환원하는데, 이게 새마을회 1년 예산의 50%를 넘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업이 더 흥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주민참여재생에너지운동본부 대표이기도 한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님은 "지금은 지붕에 3kW만 올리도록 돼 있지만, 총 지붕 넓이만큼 태양광 패널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시대에 맞춰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자본금이 없거나 담보 능력한 부족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저금리 대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이셨습니다.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수익으로 갚으면 되니까요.
그린피스 저탄소 프로젝트는 1, 2차에서의 배움과 체험을 통해 3차 행사에서 다양한 제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떤 의견들이 나올지 벌써 기대됩니다. 앞으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