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리더십 가른 '미니 재보선' 파워

■분수령 맞은 대치 정국
한동훈, 부산 금정에 사활 걸어
총선 이어 역량·존재감 시험대
이재명, 호남서 정통성 인정 과제
尹 국정동력도 선거 결과에 좌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5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이나 광역시장 및 도지사가 아닌 4명의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10·16 재보궐 선거에 여야 지도부가 명운을 걸고 나섰다. 4곳 지방자치단체의 선거 결과에 따라 선출된 지 두세 달밖에 안 된 여야 대표의 향후 리더십이 중대한 갈림길에 설 수 있어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텃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에서 모두 승리해야 향후 당정 관계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호남 두 곳(전남 영광·곡성)에서 이겨야 야권 지도자로서 정통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건 여당의 한 대표다. 4월 총선에서 108석으로 개헌·탄핵 저지선을 겨우 확보한 한 대표로서는 여권이 어려운 시기에 당대표로서 역량과 존재감을 확인시켜야 한다. 특히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기 싸움을 벌이는 만큼 재보선 승리는 다음 주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제기할 의제들에 힘을 싣는데 필수 조건이다.


최대 승부처는 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부산 금정이다. 한 대표는 금정을 여섯 차례나 찾아가 지원 유세를 하며 민심 잡기에 공을 들였다. 윤석열 정부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야권 단일화라는 변수가 있지만 워낙 ‘보수 우세’ 성향이 강한 곳이어서 꼭 승리를 따내야 한 대표의 입지가 탄탄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일 금정에서 패한다면 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은 물론 당내에서도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계파 간 패배 책임 공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대표로서는 본인의 정치생명뿐 아니라 보수 대분열 우려까지 걸린 선거가 됐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러분께서 나서 주시면 제가 현장에서 약속드린 것처럼 국민의힘이 금정·강화·곡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이 대표 또한 이번 선거가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심장’ 격인 호남에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80%가 넘는 득표율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연임 민주당 대표가 됐지만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로서는 다음 대선까지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업어야 한다.


특히 조국혁신당·진보당과 3파전을 벌이는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다른 야당에 승리를 내준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의 정통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대표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내 삶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며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또한 전남 영광·곡성 중 최소 한 곳에서는 군수를 배출해야 총선에서 12석 확보가 그저 운만은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재보선이 최근 당정 갈등의 분수령인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김 여사 리스크에 명태균 씨 논란까지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여당이 재보선마저 패할 경우 국정 운영의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여당이 압승을 거둬 한 대표의 입지가 굳어지는 것 또한 김 여사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생각하면 부담이다. 재보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정 관계는 더욱 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재보선 4곳의 최종 투표율은 53.9%로 이전 재보선보다 높게 나타나 유권자들의 커진 관심이 반영됐다. 지역별로는 전남 영광과 곡성이 70.1%와 64.6%, 인천 강화 58.3%, 부산 금정 47.2%를 각각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 날인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예관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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