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 “시진핑, 내년 방한 가능성”에 “윤 대통령 먼저 방중해 한중 관계 풀어야”

윤상현 “한일관계 결단처럼 사드 제재 해소”
정 대사 “習주석 먼저 방한” 기존 입장 되풀이
소극적 자세 일관, 주요 인사 못 만난 점 비판
‘갑질 논란’ 두고 野 의원들과 설전 오가기도

정재호 주중대사가 16일 중국 베이징 주중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수년간 주중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의 단골 이슈가 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올해도 반복됐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내년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해 자연스럽게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윤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방문해 경색된 한중관계를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임으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내정돼 올해 마지막으로 국정감사에 임한 정 대사는 올해도 ‘갑질 논란’을 비롯해 임기 초부터 지적된 대중국 외교활동 부족, 언론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16일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때 코로나가 끝나면 방한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작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며 “아직 명확히 된 것은 없지만 시 주석이 주로 APEC에는 참여해왔기 때문에 내년 경주에서 열릴 APEC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시 주석의 방한을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윤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방문해 한중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먼저 우리가 손을 내밀어 한일관계 개선을 결단했다”며 “(시 주석이) 올 때 기다리자 이런식으로 해서 이니셔티브(주도권) 못 쥐지 말고 대통령이 먼저 이니셔티브 쥐고 (한중)관계 강화하고 사드(제재)도 해소하고, 이게 윤 대통령 성격상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한중관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면 좋은 관계로 진전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한중관계 발전 위해 통 크게 윤 대통령이 방중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라고 건의할 생각이 없는지 정 대사에게 물었다.


윤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정 대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6번 방중했으나 중국 지도자는 1번 방한했다”며 시 주석의 방중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어 “중국 측 약속이 먼저 지켜지는 게 적절한 것 같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의 선제 방중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대신 내비쳤다.


최근 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파악되는 북중 관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정 대사는 최근 ‘미묘한 변화’가 관측된 북중 관계 관련, 김건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미묘한 징후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70여년 중북 관계를 돌아보면 매우 악화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각급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도발과 중북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한반도 이슈에 대해 긴밀하게 이야기해나가고 있다”며 “다만 중국은 기본 원칙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보다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정 대사를 질타하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원 의원은 정 대사가 중국 거시경제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나 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 문화콘텐츠 교류를 담당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 등 부처 당국자나 중한우호소조(한중의원연맹) 중국 측 대표 등 한국과 관련한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다며 “대사로 3년 재직했는데 공식적 자리에서 중국 외교부 인사와 학자 몇명 만난 것 외에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대사는 "코로나가 끝나고 올해 상반기 세 부처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영사와 대사의 역할은 다르겠지만 상하이총영사는 저장성 11개 지급시 전체 방문, 장쑤성 13개 지급시 전체 방문, 안후이성 지급시 중 7개 방문, 경우에 따라 4번 방문한 적도 있다”고 질타하자 정 대사는 “저도 10여차례 지방출장하며 성 영도(지도자) 만나서 그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 애로사항과 그 지역 한국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정 대사는 “상하이총영사보다 관할 지역도 넓고 총영사가 지급시를 방문하는건 어레인지(주선)가 굉장히 쉽다”고 반박했다.


한 대사관 직원이 외교부에 신고하며 공론화된 정 대사의 갑질 논란을 두고 의원들과 정 대사의 설전이 오갔다.


정 대사는 지난 3월 대사관 직원에 의해 폭언·갑질 등 신고를 당했고, 외교부는 열흘간 조사를 통해 정 대사에게 신분상 조처가 없는 장관 명의의 구두 주의 조처를 했다. 당시 민주당은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 대사에 대해 면피성 조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홍 의원의 질문에 “그 당시 제보된 녹취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갑질도 막말도 폭언도 없었다”며 “그게 어떻게 제보돼 언론에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희덕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외교부 감사에 이의신청하거나 불복한 적이 있냐, 언론보도에 정정보도 신청을 한 적이 있냐”고 지적했으나 정 대사는 “없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외교활동도, 언론활동도 빵점이다”라며 “빨리 그만둬야 하는 사람인데, 이제야 그만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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