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러시아 여성들의 '중국 남성 선호' 영상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진 '딥페이크'로 밝혀졌다.
이는 홍콩에서 발생한 대규모 '로맨스 스캠' 사기 사건으로 첨단 기술을 악용한 범죄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최근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로맨스 스캠' 사기를 벌인 27명의 범죄조직원을 검거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와 홍콩 일대에서 약 3억6000만 홍콩달러(약 631억9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 수법은 교묘했다. 범죄 조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자들과 접촉한 뒤, AI로 생성한 완벽한 미모의 여성 프로필로 호감을 샀다. 성격, 학력, 직업 등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여성상을 구축해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은 후, 연인 관계로 발전시켜 결혼까지 언급하며 가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투자를 유도했다.
특히 이들은 첨단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영상통화까지 가능하게 했다. 피해자들은 실시간으로 보이는 영상 속 외모, 목소리, 옷차림을 보고 의심 없이 신뢰했다. 조작된 수익 거래 기록으로 안심시키는 치밀함까지 더해져 피해는 더욱 커졌다.
피해자들은 홍콩, 중국 본토, 대만, 인도, 싱가포르 출신 남성들로, 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되자 비로소 사기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범죄조직은 지난해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조직원 1인당 월 10만 홍콩달러(약 1755만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경찰은 이들의 운영 기지를 급습해 다수의 컴퓨터와 100대 이상의 휴대전화, 20만 홍콩달러(약 3500만원)가 넘는 현금, 고가의 시계 등을 압수했다. 체포된 인원 중에는 홍콩 기반의 유명 범죄조직인 선이온 삼합회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핵심 인물 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범죄 위협을 여실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