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편법 상속 의혹과 관련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수 국세청장이 “사실관계 부분이 3심에서 확정돼야 국세청이 움직일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국세청의 비자금 파헤치기가 더 늦어지게 되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속 사실관계가 드러났고 탈루 혐의도 발견이 됐는데 과세당국에서 추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강 청장은 "세무조사나 검증을 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재판이나 검찰 수사가 있는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는 그 부분이 확정되고 난 다음에 하는 게 맞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내용의 입법이 되면 차질 없이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300억 원 규모) 김옥숙 메모가 나왔고, 김 씨의 농협중앙회 보험료가 210억원이 납입된 사실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왔고 그 사실을 국세청이 2007~2008년에 조사까지 했다는 사실이 나왔다”며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상속증여 관련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왜 그냥 덮었냐"고 질의했다.
이에 강 청장은 “금융자료나 증빙 보관 기간을 넘어서면 손을 댈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앞선 발언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리면 자료의 보관 기간이 지날 수 있는데 국세청이 과세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국세청 업무보고 당시 “빨리 세무조사에 착수해서 계좌추적을 하고, 자료 제출 요구하고, 당시 관계자들 문답서를 받아야 한다"며 "혐의가 나왔는데 방치했다가 조세채권을 일실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있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가 노재헌 씨의 공익법인에 152억 원을 기부한 것과 210억 원 규모의 차명보험은 소송과 무관하게 밝혀진 이슈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환 의원에 따르면 노재헌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는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익 목적이 아닌 불법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김 여사는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유배당 저축성보험(공제) 210억 원을 가입했고, 아들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원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물려줬다. 2020년 동아시아문화센터 결산서류 출연자 목록에 김 여사와 노 이사장의 관계가 '해당 없음'으로 기재됐고, 해당 센터가 공익법인인데도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공익사업 지출 비용은 총자산 대비 0.3%인 8000만 원 수준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비거주자 지위를 악용해 해외 비자금 조성의 대표적 사례로 노태우 일가를 꼽기도 했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 아래 국세청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봐줬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역외탈세와 해외 자금 은닉과 관련 전수조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