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재보선 패배 피했지만 국정 전면 쇄신으로 시국 수습 나서라

10·16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까스로 패배를 피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와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곡성군수 및 영광군수 선거에서 같은 야당인 조국혁신당 등을 제치고 이겼다. 양대 정당이 모두 텃밭을 지켜낸 셈이다. 집권 세력은 재보선 패배를 모면했지만 바닥권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으로 여전히 국정 동력 상실 위기의 늪에 갇혀 있다.


무엇보다 여당은 4·10 총선에서 108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하고도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을 외면했음을 뼈저리게 자각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 브로커인 명태균 씨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과 카톡 문자 등을 통해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의혹 등 논란이 확산되는데도 여권은 명쾌한 해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내놓지 않아 국민의 실망을 더 키웠다. 이 와중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 여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여당 대표가 야권의 탄핵 프레임을 거들고 있다”고 맞서면서 윤·한 계파 갈등도 증폭됐다.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내분을 멈추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여권은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 국정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나서 명품백 수수 등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 및 대외 활동 자제 선언 등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제2부속실의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 후속 조치도 시급하다. 윤 대통령은 폭넓게 소통하는 설득의 리더십을 보이면서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윤석열 정부가 국정의 정상 궤도를 회복하고 경제·민생 살리기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 대표도 대통령실에 매서운 민심을 전하되 ‘자기 정치’를 자제하고 여권의 난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정치적 텃밭을 지켰으나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등에서 기대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한 이유를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과 대통령 탄핵 폭주를 멈추고 경제·민생 살리기와 안보 강화를 위해 협력해야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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