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앞에선 세액 공제, 뒤로는 농특세 부과…투자 지원 세제 맞나

기업들이 지난 3년간 설비투자·고용 확대로 받은 법인세 감면 혜택 11조 2000억 원 중에서 2조 1000억 원 이상을 다시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면서 감면 세액의 20%를 다른 명목의 세금으로 회수한 셈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감면받은 법인세액 4조 2714억 원 중 8251억 원을 농특세로 납부했다. 법인세 감면에 따른 농특세 부담액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2019년(3644억 원) 대비 2.3배 늘었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은 투자세액공제액 1조 7802억 원 중 약 3500억 원을 다시 농특세로 부담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 한쪽에서는 농특세가 불어나는 불합리하고 모순된 세정이 이뤄지는 원인은 농특세의 징세 구조에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농수산물 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도입된 농특세는 조세 저항을 고려해 직접세가 아닌 부가세 방식으로 징수된다. 법인세 감면액의 20%, 종합부동산세의 20%, 주식거래액의 0.15%를 추가로 걷는 식이다. 법인세 감면액에 비례해 농특세를 매기는 구조여서 앞에서는 세제 혜택을 줬다가 뒤로 다시 빼앗는 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는 농특세가 면제되지만 설비투자 세액공제에는 농특세가 부과된다.


주요국들은 첨단전략산업에서 패권을 쥐기 위해 기업들에 세금 혜택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보조금까지 뿌리고 있다. 미국은 국가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에 대해 한국(15~25%)보다 높은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게다가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준다. 주요국처럼 직접 보조금을 주지는 못할망정 세제 혜택 효과를 반감시키는 낡은 세제를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세제 개편을 통해 우선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에 따른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농특세를 면제해야 한다. 공장을 짓고 주식 투자를 하는 데 부과되는 농특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