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생숙, 오피스텔 전환 쉬워진다

◆정부, 용도변경 기준 완화
주차장·복도 요건 등 대폭 풀기로
주거용 불법 사용 5만여실 '구제'
이행강제금도 내년 9월까지 유예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뉴스1




정부가 복도 폭과 주차장 등의 요건을 완화해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 문턱을 낮춘다. 이번 조치로 현재 준공돼 사용 중인 생숙 12만 8000실 중 숙박업 신고가 되지 않은 채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되고 있는 5만 2000실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이 허용된다. 또 현재 공사 중인 6만 실 규모의 생숙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11만 2000실의 생숙이 오피스텔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만 명의 수분양자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인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구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형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오피스텔 용도 변경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던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를 완화한다. 이날 이전에 최초 건축 허가를 신청한 생숙의 복도 폭이 오피스텔 건축 기준(1.8m 이상)보다 좁아도 피난 시설과 설비를 보완한다면 인정해준다. 주차장 요건의 경우 직선 거리 300m 또는 도보 거리 600m 이내에 외부 주차 시설을 마련하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가능해진다. 만약 외부 주차장 설치가 어려울 경우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면 된다.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 건립이 불가능한 지역의 경우 소유주들이 일정 금액이나 시설 등을 기부채납하면 용도를 변경해주기로 했다. 다만 생숙 합법 사용 지원 방안 중 소방시설과 복도 폭, 바닥 두께 기준 완화는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관련 법과 조례 개정 등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내년 9월까지 이행강제금 부과를 추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위한 복도 폭 건축 기준이 1.8m인 상황에서 이미 건축이 완료된 생숙의 복도 폭이 1.5m에 불과해 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로 짓지 않는 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해지면서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하는 수만 명의 소유주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취사가 가능한 숙박 시설로 2012년 도입됐다. 하지만 집값 급등기였던 2020~2021년에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자 투자 수요가 생숙으로 몰리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번 대책으로 복도 폭, 주차장 등 실질적 장애 요인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규제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생숙 소유자들이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 오피스텔 전환 문턱 낮춰
은행들 위험상품 분류 대출 거부
시행·건설사 자금난 가능성 커져
민생 안정 등 고려해 합법화 유도



정부가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수분양자와 시행사·건설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용도 변경을 위해 수분양자 100% 동의가 필요한 데다 일부 집단에 대한 특혜인 만큼 전매제한 등 페널티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사용 중인 생숙 11만 7700실 가운데 44%가 미신고 상태로 불법 운영되고 있다. 규모로 보면 경기가 2만 4500실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8400실) △부산(4200실) △제주(3300실)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미신고 생숙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거나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매년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생활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행강제금 부과 개시 시기가 일단 내년 10월로 한 차례 연기됐다. 내년 9월까지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을 하거나 용도 변경 신청을 할 경 부과 절차 개시는 2027년 말까지로 더 미뤄진다. 이미 숙박업으로 신고를 마친 생숙 소유자도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을 원하면 주차 시설과 복도 기준 완화 등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 받을 수 있다.


수분양자들은 일단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생숙 수분양자는 “당장 내년부터 매년 8000만 원을 벌금으로 내야 할 처지였다”며 “1년간 숙박업 신고와 용도 변경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위한 복도 폭 건축 기준이 1.8m인 상황에서 이미 건축이 완료된 생숙의 복도 폭이 1.5m에 불과해 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로 짓지 않는 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해지면서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하는 수만 명의 소유주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다. 신규 생숙은 건축법 개정을 추진해 개별 분양을 원천 차단, 주거 용도로 사용되는 일을 막기로 했다.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정법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 허가 신청분부터 개별 호실 분양을 제한한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취사가 가능한 숙박 시설로 2012년 도입됐다. 하지만 집값 급등기였던 2020~2021년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자 투자 수요가 생숙으로 몰리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정부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산입시키자 생숙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붙은 데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각종 세금으로부터도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투자 과열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2021년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매년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겠다며 합법화를 유도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생숙의 용도 변경 지원에 대해 형평성 등을 이유로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수만 명이 당장 내년부터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인 데다 생숙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은행들은 생숙을 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수분양자들은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사기 분양’이라 단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잔금 미납 사태가 지속될 경우 시행사나 건설사는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 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주거 및 민생 경제 안정, 생숙발 PF 위기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건설 업계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생숙으로 인한 건설 업계 유동성 리스크 가중 우려가 해소되고 불필요한 갈등 비용도 최소화될 것”이라며 “도심 내 단기 주택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대책이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이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건축법 개정 등 조속한 후속 조치 및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법 개정과 별개로 지방자치단체는 지구단위계획상 주거 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위치한 생숙에 대해 기부채납을 전제로 용도 변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총 200억 원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성공해 용도 변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수분양자 100% 동의가 필요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할 경우 주택 수에 포함돼 수분양자들의 세금 부담은 다소 늘어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기부채납을 전제로 용도 변경을 해주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적극 검토로 변경 소요 기간을 예상하기 어려운 것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생숙 특혜’인 만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용도가 전환되면 임대와 실거주 등 미래 사용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그에 상응해 일정 기간 전매 규제 페널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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