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가 10만 명 줄어 역대 최대 규모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5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 명(-4.6%) 줄었다. 산업 분류가 개정된 201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도소매업도 내수 둔화의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도소매업의 경우 10만 4000명 줄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 폭은 2021년 11월(-12만 3000명) 이후 최대다. 최근 내수 시장이 좋지 않은 데다 전자상거래와 무인판매의 증가 등 구조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출 개선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 역시 4만 9000명 쪼그라들었다. 식료품·자동차 등에서 늘었지만 의복·전자부품 등이 감소했다.
반면 정보통신업(10만5000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8만3000명), 운수·창고업(7만9000명) 등에서는 늘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일용근로자가 12만5000명 줄어 18개월째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고령층인 60세 이상에서 27만 2000명 늘었다. 반면 청년층(15~29세)이 16만 8000명, 40대가 6만 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은 일자리 미스매치가, 중장년층은 건설업과 도소매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업 취업자가 감소하고 청년과 같은 취약 계층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 업계에 신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숙련 인력 대우를 개선하고 청년층 취업 교육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9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뒤 “고용이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돌았던 2022~2023년에 비해 고용 증가 속도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고용동향이 공개되면 보도자료를 통해 총평을 남기는데 ‘조정’을 언급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계속되는 소비·투자 부진에 건설업과 도소매업과 같은 내수 관련 산업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경기 둔화의 경우 ‘건설업·도소매업 일자리 감소→소비 둔화→경기 추가 하강’의 악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청년층 사이에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3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경신했다. 건설업 경기가 악화일로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8월에 1.2% 감소하며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 감소세가 확대되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2023년 이후 누적된 건설 수주 감소가 시차를 두고 파급돼 당분간 건설투자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기도 했다.
도소매업 고용 역시 내수 부진과 관련이 깊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소매업은 2019년 6월부터 52개월 연속 줄었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는 보합세를 이어갔는데 이후 다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5000명 늘며 올 8월까지 이어지던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끊어냈지만 증가율로 보면 0.1%에 불과해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청년층 취업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15~29세 취업자 수는 2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청년 고용률도 0.7%포인트 줄어든 45.8%를 기록해 5개월 내리 감소세를 나타냈다. 저출생·고령화 추세로 20대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청년 취업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3만 1000명으로 전년보다 10.3% 늘어났다. 특히 15~29세 쉬었음 인구가 18.5%나 늘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40대(-2.9%)를 빼면 30대(17%), 50대(4.4%), 60세 이상(11.2%) 등 연령대 전반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수 경기 부진으로 고용 지표 조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1%로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이미 올 4월부터 경기 순환시계상 ‘하강’ 국면에 머물러 있다. 현재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8월 기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98.2를 나타내 6개월 연속 하락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을 밑돌면 현재 경기 상황이 과거 흐름과 비교했을 때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 내 수요·공급 간 불일치가 이어지고 있어 청년층 고용 흐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시장 구조 측면에서 경력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청년층 입장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 취업자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경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고용 둔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퇴직하신 분들에게는 계속 근로를 할 수 있도록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