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권력자 가족에 한숨짓는 국민들  

이재용 여론독자부 부장
文 가족 관련 의혹들 수사 진행 중
김건희 여사 논란에 지탄 쏟아져
검찰 권력자 가족 수사엔 '미적'
신속한 수사·재판으로 경종 울려야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 문제를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정조준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음주운전 사고를 집중 공략했다.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내수가 부진하고 반도체와 2차전지·철강·조선 등 우리 주력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의원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민생은 제쳐둔 국정감사장에서 전·현직 대통령 가족 문제로 여아가 충돌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짜증만 날 뿐이다.


다혜 씨는 음주운전 외에 전 남편이 관련된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상직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모 씨를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시켜준 대가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다혜 씨 가족의 태국 이주도 도왔다. 다혜 씨는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는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중하기는커녕 만취 운전으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과 프랑스 방문 당시 샤넬로부터 재킷을 대여해 입고 반납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수행비서가 초밥·샌드위치·과일 등 개인 음식 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대선 후보 경선 기간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권력자 가족 중 국민들로부터 가장 지탄을 받는 이는 단연 김 여사다. 요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김 여사가 언급되지 않는 날이 없다. 20%대에 불과한 윤 대통령 지지율도 ‘김 여사 리스크’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김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됐다. 이 가운데 명품백 수수 사건은 이달 초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명품백 수수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 없어 청탁금지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적으로는 검찰의 판단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목적도 불분명한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받은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깜깜무소식이다. 최근에는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며 윤 대통령 지지층마저 부끄럽게 만들었다. 카카오톡 대화의 ‘무식한 오빠’가 윤 대통령이든, 김 여사의 친오빠든 김 여사의 국정·인사 개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의 가족에 희생과 헌신 등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그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그저 일반 국민들처럼 살고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권력자의 가족이 혹 법을 어겼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상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권력자 가족 사건에 대해 지나칠 만큼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검찰은 7월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했는데 일반 국민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검찰은 17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 내기까지 수사를 4년 넘게 끌어왔다. 불기소 처분 발표가 재보궐 선거 다음날 이뤄진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도 2021년 12월 고발 이후 3년 가까이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권력자의 무능과 부패에 지친 국민들이 그들 가족의 문제로까지 언짢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특히 검찰과 법원은 권력자 가족 관련 의혹의 수사와 재판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