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손잡고 차세대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 두 회사가 가진 기술 역량을 결합해 완성차 제조 공장 등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 로봇을 내놓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로보틱스뿐 아니라 수소·자율주행·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와 합종연횡에 나서며 미래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제조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인 ‘아틀라스’와 도요타리서치연구소의 대규모행동모델(LBM) 학습 관련 전문 지식을 활용해 AI 로봇 개발에 협력한다고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머리와 몸통·팔다리를 갖춰 사람 신체와 유사한 형태로 개발됐다. 두 다리를 활용해 계단 등을 이동하고 모든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4월 기존 유압식 아틀라스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전기식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이러한 아틀라스의 구동 성능과 도요타의 AI 기술의 결합으로 고도화된 로봇을 개발하는 게 두 회사의 목표다. 도요타는 AI 기술을 이용해 로봇에게 광범위한 개별 업무를 수행하도록 가르치는 영역에서 진전을 이뤄왔다. 로봇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도록 한 LBM 개발에도 집중해왔다.
개발된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향후 현대차 공장 등 제조 라인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완성차 품질을 끌어올리고 작업 시간은 단축하는 등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인 ‘스팟’은 이미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공장 등에서 차체 조립 등을 점검하며 품질 개선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 간 기술 동맹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이달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만나 수소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소 모빌리티를 주도해 이들은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개발,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 등 분야에서 손을 맞잡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도요타)와 3위(현대차그룹)인 두 회사는 경쟁사들과 협력 관계를 다지며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와의 공동 투자로 부담을 낮추고 기술 공유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대차그룹과 GM은 승용차·상용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는 현대차 전기차인 아이오닉5에 적용해 기술력을 제고하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OEM)들이 워낙 종횡으로 엮는 게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