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편·불법 적발 학원, 38곳 중 32곳이 강남

교육부·시도교육청 점검 결과
허위 광고·교습비 규정 등 위반
처벌은 행정지도·벌점 '솜방망이'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과장된 광고와 거짓 문구를 내세운 학원들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합격률 100%’ ‘전국 최다 합격’ 등 사실과 거리가 먼 문구를 내세우며 불안감을 키우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17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올해 7·8월 편·불법 운영 학원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초등 의대반’ 운영과 선행학습 유도 광고 등으로 적발된 서울 학원 38곳 가운데 32곳이 강남구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경기(22곳)와 대구(19곳), 부산(17곳), 경남(9곳) 등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또 전국에서 적발된 학원 138곳 중에서 2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강남구에서 적발된 학원 32곳 중 18곳은 ‘선행학습 유발 광고 및 홍보’를 했다. 이들 학원은 ‘의대의 꿈, 지금이 기회’라는 문구를 내걸고 ‘초등의대전문반’ 개강 소식을 홍보하거나 ‘초등학생이 미리 준비하는 의대 가는 길’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선행학습을 조장하는 식의 광고를 했다. 학원 운영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도 다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광고 시 교습비나 등록 증명서 내용을 미표기하거나 거짓으로 표기한 학원이 5곳이었으며 강사의 인적 사항 미게시(3곳)와 교습비 반환 규정 미알림(2곳) 사례 등도 있었다.


다만 이들 학원은 대부분 행정지도나 벌점 처분만 받는 데 그쳤다. 교습비 반환에 대해 불분명하게 표기한 단 한 곳에 대해서만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됐다.


강남구의 편법·불법 학원 운영 비율이 유독 높은 배경에는 이 지역 특유의 높은 학구열과 치열한 입시 경쟁이 작용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학원 수요가 큰데 학원 수도 많아 과장된 문구로 학생 유치 경쟁을 벌이는 분위기다.


교육계는 강남구의 사교육 시장 규모가 큰 만큼 불법 학원 운영은 다른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지적한다. 강남 지역과 그 외 지역 간의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 의원은 “강남구 학원들의 불법·과장 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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