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에서 보수·진보 텃밭을 지킨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변화와 혁신, 민생을 위한 정치를 다짐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민생경제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더 겸손한 자세로 한 발 더 민심에 다가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재보선 후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만만치 않다. 여권은 부산 금정구청장 및 인천 강화군수 선거전에서 이겼지만 국정 쇄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전남 곡성·영광군수직을 수성한 민주당도 국정 흔들기에만 매달린다면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여권은 바닥권인 당정 지지율을 직시하고 내부 분열부터 신속히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 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앞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언론 플레이하듯 공개 압박을 하는 행태는 ‘자기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및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못 한 점을 자성하고 후속 대책을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은 검찰이 이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리한 것과 관련해 국민 정서를 두루 살펴 적절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 문제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4년 6개월이나 끌 사안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민주당도 과도한 정치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국정 파탄, 민생 파탄에 더욱 강하게 맞서 싸워 달라는 요구”라며 강공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이 보기에 다음 달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를 앞둔 방탄용 탄핵 명분 쌓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요동치는 국제 정세와 성장률 저하 위기에 처한 경제 현실을 직시해 전면적 자기 쇄신과 정치 복원을 이루고 경제·민생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